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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by maverick8000 2025. 4. 30.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초, 몹시 추운 겨울 밤, 미국 뉴욕 빈민가의 야간 재판소에

남루한 행색의 노파가 끌려왔다. 빵 한 덩어리를 훔친 절도죄였다.

왜 도둑질을 했냐고 묻자, “병들어 누운 딸과 굶주린 두 손주를 먹여야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고민하던 판사는 10달러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정이 술렁였다.

돈 한 푼 없는 노인에게 벌금이라니….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한 방청객들을 향해 판사가 입을 열었다.

“빵을 훔친 것은 범죄입니다. 처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노인이 빵을 훔칠 수밖에 없도록

방치한 이 비정한 도시의 모든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판사는 자기 주머니에서 10달러를 꺼내 모자에 담은 뒤, 법정 내 모든 이가 50센트씩의

벌금을 내는 데 동참할 것을 권고했다. 기립 박수가 터졌다.

다음날 신문은 ‘법정에 끌려온 굶주린 노인에게 47달러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판사가 낸 10달러는 벌금으로, 법정 내 참관인들이 낸 ‘벌금’은 노인에게 건네진 것이다.

 



명판결의 주인공은 피오렐로 라과디아(1882∼1947년) 판사였다.

법조인이자 하원 의원을 거쳐 뉴욕시의 3선 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사후, 1953년 뉴욕시는 업적을 기려 공항 이름을 ‘라과디아 공항’으로 바꾸고 동상을 세워 추모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10만원 이하 소액 절도 사건이 지난해 10만여 건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벼랑 끝에 몰린 빈곤층이 늘고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물가, 취업 한파, 빈곤 노인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호구지책으로 ‘장발장의 길’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생계형 소액 절도가 증가하자, 반복된 절취를 더 무겁게 처벌하는 특가법을 생계형 절도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위헌 판단 요청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아무리 절박해도 절도는 범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라과디아 판사의 눈으로 이웃을 살피는 공동체 인식과 국가 차원의 구휼 노력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그게 국가와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