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분명 숫자다. 플러스가 있고 마이너스가 있는 산술의 영역이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다루는 순간, 수학적 계산은 의외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돈의 세계는 언제나 심리학의 세계다.

우리는 돈을 다루면서 반복적으로 '통제의 문제'에 부딪힌다.
모아야 하는가, 써야 하는가, 빚을 갚아야 하는가, 더 벌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의 이면에는
단순한 자산 관리가 아니라 불안, 공포 그리고 통제 상실의 두려움이 자리한다.
정신분석적으로 돈은 단순한 교환 수단을 넘어선다. 돈은 항문기적 상징을 강하게 띤다.
배변 조절을 통해 얻은 최초의 자율성과 통제 경험이 성인의 돈 문제에 깊이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구두쇠가 되어 돈을 쥐고 놓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흥청망청 돈을 흘려보내며
통제력을 과시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현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중독'에는 만족과 불안, 쾌감과 공허가 뒤섞여 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덧붙이고 싶다. 한 어린아이가 변기에 똥을 누고 물을 내리는 순간,
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보고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아이에게 똥은 자기 일부였기 때문이다.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 것을 본 아이는 '내 일부가 없어졌다'는 상실감을 느낀다.
어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지만, 배변 훈련 중인 아이에게는 변기에 앉는 일부터
배설 그 자체 그리고 배설물이 처리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까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쨌든 당황하는 아이에게 "네 똥이 다른 똥들과 만나 잘 지내고 있을 거야"라는 설명을 하니
그제야 아이는 안심하며 "안녕" 하고 떠나보낼 수 있었다.
돈을 잃을 때 느끼는 우리의 불안도 이와 닮아 있다.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일부, 내 노동과 시간, 내 존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이런 맥락에서 배설물과 돈을 연결했다.
대변은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에 줄 수 있는 선물이자, 쥐고 있을 수도 있는 최초의 재산이다.
그래서 아이는 배설물을 금이나 돈처럼 귀중한 것과 동일시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돈은 더럽다. 만졌으면 손 씻어"라고 말할 때도 단순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염됐다는 뜻만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돈을 배설물과 동일시하는 흔적이 배어 있다.
돈을 손에 쥐며 불편함이나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곧 배설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의 연장선이다.
그래서 돈에 대한 집착, 혐오, 불안은 단순히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무의식의 구조와 이어져 있다.
또 어느 때는 든든한 포만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갑에 두둑한 지폐를 보거나 만지며 자신도 모르게 웃게 될 땐, 돈은 마음의 자양분이자
강력한 보호막 역할까지 한다.

돈의 흐름은 결국 내 가치관의 흐름이다. 내가 돈을 버는 능력은 자존감과 존재감에 직접 연결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돈 문제로 고통받을 때 "적게 가져도 얼마든지 만족하며 살 수 있어"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고 공허하게 들린다.
자족(自足), 즉 스스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훌륭한 삶의 태도지만, 단순한 자기 암시만으로는
터득하기 어렵고 대개 고된 수련 과정을 필요로 한다.
자족을 배우는 데는 돈 버는 기술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시간, 성찰, 때로는 고통스러운 자기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기 속 상실 불안처럼, 돈을 잃는 경험은 내 일부를 상실하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불안을 견디고 돈의 의미를 사회적 관계와 교환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돈에 휘둘리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돈을 통제하는가, 아니면 돈이 나를 통제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
[성유미 정신분석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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