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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다시 울려 퍼진 에밀레종

by maverick8000 2025. 9. 26.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 제작에는 8세기 통일신라의 첨단 금속공학과 음향학이 총동원됐다.

18t 넘는 구리와 주석을 섞어 섭씨 1000도 고온에 녹여 만든 종이 1200여 년 지난 지금도 아름다운 소리로

세상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그 품질을 현대에 만든 종이 따라가지 못한 일화도 있다.

제야의 종 타종 때 쓰던 옛 보신각종은 세조 때 만들어졌지만 노후화로 1985년 타종이 중단됐다.

대신 그 자리에 성덕대왕신종을 본뜬 모조 보신각종이 설치됐다. 그런데 막상 쳐보니 소리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한 한국 범종은 중국·일본 종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종을 매다는 용 모양의 고리인 용뉴(龍鈕)만 해도 우리 것은 용 한 마리가 종의 무게를 감당하지만

중국과 일본 용뉴는 두 마리 용이 종의 무게를 버틴다.

우리 종은 연꽃무늬로 장식한 당좌(撞座)를 당목(撞木)으로 쳐서 소리를 내는데 가장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지점에 당좌를 새긴다. 중국 종엔 이 당좌가 없고, 일본 종에는 있지만 꽃무늬가 단순하다.

 

▶종을 칠 때 내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주파수 중 고주파 잡음을 빠르게 외부로 배출하는 종 상부의 관을

음통(音筒)이라 하는데 이것도 우리 종에만 있다. 성덕대왕신종은 용뉴가 이 음통을 감싸고 마치 승천하듯

몸을 비튼 자태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는 단일한 톤이 아니라 여러 음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복합음이다.

처음 종을 칠 때의 타격음이 사라지면 이후 64㎐의 깊고 은은한 저음과 168㎐의 높은음이 만나며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운 소리를 만든다. 이 소리가 3초 주기로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하며 1분 이상

이어지는데 이를 맥놀이라 한다. 그 소리가 하도 아름답고 애절해 어린 아기를 제물로 썼다는 인신 공양

설화까지 만들어졌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24일 에밀레종 소리가 다시 울렸다.

종소리의 상태와 내부 구조 변화 등을 확인하기 위해 총 12번 종을 쳤는데 공개 타종 행사는 2003년 이후

22년 만이다. 가장 최근은 2022년 타종이었지만 그때는 비공개였다.

박물관은 이 자리에서 종을 별도로 보관·전시하는 신종관 건립 계획도 밝혔다. 육중한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용뉴를 보호하기 위해 바닥에 내려놓고 전시한다.

대신 매달았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종의 윗부분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중단됐던 정기 타종 행사를 재개할 계획도 있다니 천상의 종소리를 다시 들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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