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러닝과 독서, 속도에 맞서

by maverick8000 2025. 10. 2.

 

 

 

러닝 붐이 대단하다. 요즘 한강이나 공원에 나가보면 모두 달리고 있나 싶을 정도로 달리는 사람이 많다.

러닝을 시작한 지 5년쯤 됐는데 러닝과 독서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3㎞를 달리기도 힘들다. 10㎞를 달리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시작했지만 무슨 특별한

방법이 없다. 꾸준히 달리면서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5㎞를 안 쉬고 달릴 수 있고, 10㎞를 뛰는 사람이 된다.

러닝을 하면서 폐와 심장, 근육이 서서히 강화된다. 그리고 달리기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점점 더 멀리 달리게 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책 한 권을 다 읽기가 어렵다.

자꾸 멈추게 되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어느새 졸음이 쏟아진다. 책은 술술 읽히는 게 아니다.

특히 좋은 책은 더 그렇다. 3㎞도 못 뛰던 사람이 10㎞를 뛰게 될 때까지 오랜 연습이 있었다.

독서도 꾸준히 읽으며 읽는 힘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러닝처럼 독서에는 분명히 효용성이 있다.

프랑스의 문학 교수이자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인 앙투안 콩파뇽이 쓴 ‘문학의 쓸모’는

“우리가 독서에 투자해서 어떤 수익, 어떤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며

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문학적 소양과 책을 자주 접함으로써 습득하는 감각을 ‘제5의 감각’이라고

칭하면서 그 감각이 개인의 생활과 일에서 수행하는 긍정적 역할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그것 덕분에 우리는 거리를, 도시를, 삶을, 좀 더 초연하게 건너갈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아는 사람은 덜 자기애적이고, 더 거리를 두는 편이고, 좀 더 비딱하고, 자기 자신에게 덜 속고,

자기기만이 덜한 편이다.”



그런데 독서와 문학에는 한 가지 결정적 난관이 있는데 그 효용성이 곧바로, 또는 가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학과 독서를 통한 제5의 감각은 단기간에 획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속도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문학과 독서는 그토록 인기 없는 일이 된 것이다.

저자는 “신기술로 획득한 속도에 비해 너무나 느린 문학 독서, 근접 독서의 그 느림이 이제는 참을 수 없는

것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속도가 빨라졌고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독서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과연 그렇다. 책이 발명된 지 수천 년이 지났지만 책을 빨리 읽을 방법은 여전히 없고, 독서로 빠르게

수익성을 올릴 방법도 여전히 없다. 독서를 해서 돈을 벌 방법이 새로 생겨난 것도 아니다.

독서의 속도와 생산성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저자는 독서는 느리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장기 투자에 비유한다.

“문학과 독서, 둘의 응집체인 문학적 소양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에게 늘 보상을 안겨준다.

그것은 이득을 늦게 보는, 하지만 아주 큰 이득을 보게 해주는 투자다.”



이 점에서도 책읽기와 달리기는 비슷하다. 달리기를 빠르게 해낼 비법 같은 건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열심히 러닝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얻는 이익도 없다. 책읽기처럼 달리기의 효용성은 분명하지만 느리게 실현된다.



어떤 것은 천천히 나아진다는 것, 빠르게 얻을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 단기적인 성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기다릴 줄 아는 것, 러닝과 독서는 이 미친 듯한 속도의 시대에 저항하며 느림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출처] - 국민일보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 포티'  (0) 2025.10.10
당신을 기억합니다  (0) 2025.10.02
'악마적 협상가' 이승만  (0) 2025.10.02
밝음에 관하여  (0) 2025.09.30
"비가 와도 합니다"  (0)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