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되면 숫자가 말을 건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한국교회 트렌드 2025 Brief'와 '2026 Brief'는 지난 2년간 한국 교회의 민낯을
차분히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교회는 생각보다 많이 지쳤고, 생각보다 더 간절했다.
2024년, 한국 교회는 ‘위기’라는 말을 너무 오래 들어 무뎌진 상태였다.
보고서는 세 가지를 짚었다. 세속화, 신앙의 양극화, 그리고 정신건강의 위기다.
교회는 세상과 다르다고 말해 왔지만, 물질적 성공주의가 영적인 성경보다 더 큰 목소리로 설교했다.
코로나 이후 신앙이 오히려 더 깊어졌다고 말하는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 사이의 간극은, 교회 안에
균열을 일으켰다. 교회 안에 있지만 외롭고, 예배는 드리지만 마음 둘 곳은 없다는 고백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2025년, 한국 교회는 무너지는 위기보다 '달라진 요구'를 마주한 해였다.
교인들은 더 이상 설교 잘하는 목회자를 먼저 찾지 않았다. 인성과 도덕성 같은 사람 됨됨이를 물었다.
수직적 카리스마보다 수평적 리더십을 선호했고, 광장 같은 대형 교회보다 관계가 살아 있는
작은 교회에 만족했다. 보고서가 '서로 돌봄 공동체'를 가장 절실한 키워드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회의 문제가 프로그램이나 전략의 부족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사람 사이의 신뢰와 돌봄이 약해졌다는
진단에 가깝다.
헌금에 대한 인식 변화도 눈에 띈다. 헌금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반드시 교회 안에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선한 일이라면 교회 밖 단체도 괜찮다는 인식이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신앙심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교회의 재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더 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헌금의 축적 액수보다는 헌금의 사용 방향이 신뢰의 기준이 된 셈이다.
2024년의 교회는 위기를 진단받았고, 2025년의 교회는 본질을 요구받았다.
그렇다면 2026년의 한국 교회는 어디로 향할까. 아마도 교회는 더 작아지지만, 더 촘촘해질 것이다.
설교의 언변보다 목회자의 인격이, 조직의 규모보다 공동체의 밀도가 교회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모든 문제의 답을 줄 수 있다는 신화를 버리고, 모든 질문을 함께 견디자는 현실에 교회는 서게 될 것이다.
2026년의 한국 교회 앞에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더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더 신뢰할 만한가'다.
번영의 시대에 성공한 종교였는지, 아니면 위기의 시대에 곁을 내주었던 이웃이었는지.
이 질문을 연말에 남길 수 있다면, 한국 교회는 아직 방향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닐 것이다.
기민석 목사·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출처 : 한국일보 [종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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