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자리, 술자리가 다 싸움판인 곳이 중국이다.
그래서 밥과 술에 ‘게임’을 뜻하는 글자가 붙어 반국(飯局)이나 주국(酒局)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흔히 쓰인다. 술을 곁들인 밥자리에서는 서로 의중을 떠보는 수작(酬酌)이 오간다.
처음에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로 시작한다. 중국인들은 흔히 첨언밀어(甛言蜜語)라고 한다.
때로는 화언교어(花言巧語)라고도 적는다. 꿀이나 꽃처럼 달콤하며 화려한 말이다.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화법이다.

그러나 술기운이 차오르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진다. 입에 올리는 말도 그에 따라 강해진다.
우리는 흔히 호언장담(豪言壯談)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달리 호언장어(豪言壯語)라고 적는다.
“우리는 남이 아니다”라며 말술을 들이켤 때의 어법이다.
그러나 술 앞에 장사는 없다. 취기가 잔뜩 오르면서 우선 혀가 꼬부라진다.
마구 내뱉는 말에서 책임과 신의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언어를 중국인들은 호언란어(胡言亂語)라고
적는다. 조용히 시작해 난장판으로 끝날 기세다.
여기까지가 중국인들이 정리하는 술자리 3종 언어다.
승승장구하던 유방(劉邦)을 죽이려 항우(項羽) 진영이 만든 홍문연(鴻門宴) 등 중국의 역사적 밥자리와
술자리는 즐비하다. 그만큼 밥과 술에 목숨을 걸고 덤비는 곳이 중국이다.
다음 단계 술자리 언어도 있다. 아무런 말이 없는 불언불어(不言不語)의 최종 경지다.
술에 대취해 쓰러져 자는 모습이다.
그로써 중국인들의 술자리는 끝나지만, 함부로 뱉은 말은 언젠가 냉정한 계산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술자리를 거쳐 중국과 동맹을 맺었을 나라들이 요즘 당황스럽다.
미국에 대통령을 빼앗긴 베네수엘라, 미군의 전면 침공을 받은 이란이다.
중국의 ‘첨언밀어’, ‘호언장담’을 믿고 관계를 맺었건만 지원은커녕 중국은 ‘불언불어’의
깊은 수면 모드에 빠졌으니 말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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