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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제발 당기시오!

by maverick8000 2026. 4. 1.

 

 

 

한 건물 입구에 애처로운 느낌으로 붙어있는 글귀가 눈에 띈다.

 ‘제발 당기시오!’ 

잘 보니, 밀어서 문을 열면 바닥에 문이 긁혀 망가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당기시오’라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문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인터넷에선 문 사진들이 종종 보인다.

‘직진을 일삼는 한국인의 특성’, ‘한국인이 가장 못 읽는 단어는? 당기시오!’라는 댓글들이 덧붙여진다.

문맹률이 지극히 낮고, 준법정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왜 ‘당기시오’라는 말은 이렇게 철저히 무시를 당하는지.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문을 당겨서 여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움직이는 방향으로 힘을 쓰는 것에 익숙하다.

행동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힘을 쓰기 때문이다.

문을 당기는 행위는 현재 진행 중인 운동 방향에 역행하는, 부자연스러운 행위가 된다.

 

심리학과 디자인을 결합한 인지 공학 분야에서는 ‘행동 유도성’ 개념을 중시하는데,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가장 적절한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나 장치를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없다면, 그건 사용자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의 문제가 된다.

 ‘당기시오’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굳이 문을 당겨서 열게 만드는 디자인이 문제라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역동적인 한국 사회에서, 적응은 온전히 사용자의 몫으로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낯선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하기가 어려워도 시대를 못 쫓아가는 스스로를 탓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어찌 그들의 잘못일까?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이득을 얻는 것은 사용자가 아닌데, 적응의 노력은 왜 온전히 사용자의 몫일까?

 AI의 시대, 일상이 되어버린 변화에 적응하는 부담은 함께 나눠 가져야 함이 옳을 것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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