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손잡이다. 어려서는 짝배이라 불렸다.
옛 경상도 사람들이 왼손잡이를 일컫던 애칭이다. 아니다. 멸칭이다.
아니다. 경상도 말은 애칭과 멸칭을 구분하기가 좀 힘들다.
친할수록 멸칭을 즐겨 쓰는 문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거기는 친하면 다 문디다. 사랑하면 문디 가스나다.
초등학교 들어가자 오른손 쓰는 법을 배워야 했다.
1980년대 선생들은 왼손잡이를 고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굴었다. 왼손으로 글을 쓰면 등을 후려쳤다.
5공 시절에는 못 하면 일단 때렸다. 때리면 고치는 시늉은 해야 한다.
고칠 수 없는 게 있었다. 생존과 관련된 행동이다.
밥 먹는 손은 고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식사 자리에서는 왼쪽 끝자리에 앉는다.
옆 사람과 팔이 부딪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칼이나 가위질도 오른손으로 할 수 없다.
섬세함이 필요한 위험한 행위라 그럴 것이다.
왼손잡이에게 특히 힘든 건 가위질이다. 고기 세 조각만 잘라도 손이 뻐근하다.
시판하는 가위 칼날과 손잡이 배열이 오른손잡이에게 맞춰져 있어서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면 왼손으로 가위질 한 번 해보시라. 타인의 고통은 겪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이래서 공감이라는 행위가 참 어려운 것이다.
왼손잡이는 평균 수명이 9년 짧다는 연구도 있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설계된 위험한 도구나 기기를 사용하다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서란다.
어쩐지 9년을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 얼마 전 왼손잡이용 가위를 샀다.
혁명적이었다. 고기도 지치지 않고 예쁘게 계속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입인 주제에 회식에서 고기 자르는 일을 피한다는 욕을 먹었다고?
다음 회식에서는 왼손잡이라 그렇다고 당당히 밝히라.
요즘은 신입에게 그런 거 요구하면 큰일 난다고? 큰일이다.
내 세계관은 아직도 5공, 아니 6공의 신입이 고기 굽던 시절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다.
수명이 9년이나 늘었으니 더 열심히 업데이트를 하며 살아야 한다.
인생은 연임이 없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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