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문 태 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헤죽, 헤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詩와 글과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 관련 시 모음 (0) | 2022.11.09 |
---|---|
꽃에게 (0) | 2022.10.26 |
가을 단상 (0) | 2022.10.24 |
캐스팅 개쩌는 2022년 최고의 화제작 《대무가》 (0) | 2022.10.05 |
넷플릭스에서 만든 역대급 드라마 《수리남》 (0) | 2022.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