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엄마가 깨우면 짜증을 내고 뒤돌아 눕지만, 그가 깨우면 꿈틀꿈틀 일어난다.
그가 귀띔해준 날씨 소식에 귀기울여, 주섬주섬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그의 도움을 받아 회사까지 향한다.
점심이나 저녁 상에 때깔 좋은 음식이 나오면 반드시 그에게 보고한다.
입안에 침이 고여도 보고가 우선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진수성찬도 촬후식(撮後食)! 비경, 절경이나 추억도
그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와 함께 잔혹세상에서 부대끼다, 그에게 보고하고 잠 든다.
길을 걷다가도, 횡단보도 앞에서 멍 때리다가도 문득, 스마트폰이 주인인지,
내가 주인인지 헷갈리곤 합니다.
‘ㅎㅎ, 스마트폰은 나의 편리한 도구일뿐 ㅎㅎㅎ’라고 자위하다가도, 내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을 거쳐 구글과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로 향하는 상상, 빅 브라더 컴퍼니의
진화 중인 AI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짜깁기하고 있다는 망상, 그 AI가 결국엔 내가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편리한 명령’으로 나를 묶을 것이라는 공상에 섬뜩섬뜩해집니다.
세상은 우리가 주인입니까, 아니면 스마트폰이 주인입니까,
스마트폰 저 너머 AI 컴퓨터가 주인일까요? 정말 당신과 나는 세상의 주인입니까?
주인보다 노예가 더 편하고 즐겁다면 기꺼이 노예가 돼야 할까요?
내가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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