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전기차 불이 난 순간… 지하주차장은 '죽음의 방'

by maverick8000 2022. 11. 7.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은 이제 드문 광경이 아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며 지하 충전시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지하에 있는 전기차 충전 시설은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다.

국민의힘 윤성근 의원은 경기도의회 제365회 정례회에서 “전기차 화재사고의 36%가 지하 주차장

충전시설에서 일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기차를 충전할 때 자칫 과전류가 흐르기라도 하면,

리튬이온배터리가 단시간 내 700도까지 가열되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 사고 위험을 방지할 안전시설은

논의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전기차 화재사고 시 ‘탄산디에틸·불산’ 등 인화성 유독가스 발생 


모든 화재사고에선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나 전기차에 불이 나면 다른 사고에선 발생하지 않는

종류의 독성 가스가 덤으로 생긴다. 전기차의 동력인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인체 독성이 있는

희토류 금속과 각종 화학물질이 쓰이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해외 실험 결과들을 종합하면,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에선 ▲탄산디에틸(DEC)

▲부탄(C4H10) ▲이산화탄소(CO2) ▲일산화탄소(CO) ▲C2H4(에틸렌) ▲불산(HF) 등이 배출된다.

부탄은 흡입 시 유전적 결함과 암이 생길 수 있는 독성 기체다.

탄산디에틸은 눈·피부·호흡기에 심각한 자극을 줄 뿐 아니라 암과 생식기능 이상을 유발한다.

에틸렌 증기를 다량 들이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질식할 우려가 있다.

특히 불산은 한두 모금만 들이마셔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불산 기체를 흡입할 경우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거나
 
폐에 흉수가 차 사망할 수 있으며 살아남더라도 만성 폐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전기자동차 화재로 발생하는 독성가스 위험성 분석’이란 논문에 의하면 ‘육불화인산리튬’을
 
전해질로 사용한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면 배터리 용량에 따라 1∼40kg의
 
불산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중 75%가 배터리 열폭주가 시작된 지 10분 이내로 방출된다.


◇소방전문가 “불 끌 생각 말고, 화재 공간 벗어나라” 

전기차 화재 사고는 화학 사고이기도 하다. 배터리 안에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어있어서다.
 
앞서 언급한 독성 가스 대부분이 인화성 물질이다. 불길은 그 가스를 연료 삼아 거세진다.
 
배터리를 물속에 담그거나 소방 호스로 물을 들이붓는 수준이 아니면 사그라지지 않는다.
 
소방관처럼 호흡기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라면 화재 현장 주변에서 숨 쉬는 것조차 위험하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김흥환 소방위는 “배터리에 불이 난 걸 목격했다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하지 말고,
 
119 신고와 동시에 연기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대피하라”며 “지하주차장, 물류창고, 공장 등 밀폐된
 
공간에서 배터리에 불이 났다면 해당 공간을 완전히 벗어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배터리 화재 사고현장에서 최소 몇미터 떨어지는 것이 안전한지 구체적인 권고는 없다.
 
배터리 안에 쓰인 화학물질과 희토류 금속이 회사마다 다른 탓에, 모든 배터리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안전거리’나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가 어려운 탓이다.
 
다만, 사고 발생 후 10분 이내에 반경 약 94m, 30분 이내에 약 200m 바깥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전기자동차 화재로 발생하는 독성가스 위험성 분석’ 논문에 언급된다.
 
도심 교차로에서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불이 났다고 가정할 때다.
 

◇지하주차장 폭발 가능성 有… 안전 설비 강화해야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에 배터리 화재로 발생한 인화성 유독가스가 가둬지면, 화재 이후
 
2차적인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지난 2019년 미국 전력회사 ‘애리조나 공공 서비스(APS)’의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이 나 다량의 가스가 발생, 건물이 폭발하면서 소방관들이 다친 사례가 있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다.
 
이에 미국화재예방협회(NFPA)는 ESS 설비에 방화설비를 넘어 방폭설비를 설치하기를 권고한다.
 
한국이 ESS에 일반적인 화재 예방 시설만 설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화재 진압을 위한 이동식 수조를 설치할만한 공간이 부족한 지하주차장은
 
특히 화재·폭발 사고에 취약하다. 그러나 방폭설비는커녕 기본적인 방화설비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 제46조에 의하면 '주요구조부가 내화구조 또는 불연재료로 된 지하주차장'은
 
방화구획 설치 의무가 완화된다. 화재시 불이 다른 구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으려 차단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한 것을 방화구획이라 한다.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가 차량 약 36대가 주차된 약 1400제곱미터(㎡) 넓이의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 방화구획이 없으면 있을 때보다
 
허용피난시간(ASET)이 짧아지는 게 확인됐다.
 
ASET은 발화 시각부터 사고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이에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하주차장에 설치할 경우,
 
차량 1~3대에 해당하는 공간마다 방화구획을 설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흥환 소방위는 “해외에선 ESS와 같이 배터리 화재 위험이 있는 시설을 애초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만들거나, 화재 위험 탐지 시 배터리를 즉각 분리해 외부로 내보내거나, 화재 현장 주변에 있는
 
소방관의 안전을 고려해 폭발 시 충격이 상부의 허공으로 방출되게 하는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며
 
“한국은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는 것에 비해 전기차의 안전한 이용을 뒷받침할 안전설비 도입은
 
미흡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