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 이 두 과업의 무게는 유독 여성에게 무겁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가정과 일터,
그 어디에서도 내면의 고뇌를 쉽게 토로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사진 않을까,
혼자만 유난 떤다고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서다. 신간 ‘돌봄과 작업’(돌고래)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다람)는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이런 두려움을 감내하고 용기를 낸 덕에
세상에 나왔다. 이들은 돌봄과 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이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임산부를 향한 아낌없는 호의, 뭔가 모의한 듯한 미소의 진짜 의미를.
이제 네 차례다, 이거지. 인류는 이런 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갖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절대로 말하지 않으면서.”
박찬욱 감독과 영화 ‘헤어질 결심’(2022년)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정서경 작가는2011년 둘째를
임신하고 이런 글을 썼다고 한다. 정 작가는 당시 박 감독이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 ‘스토커’(2013년)의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중이었다. 그는 아이를 키우며 고통스럽지만 맹렬한 행복을 느꼈고,
그렇게 자신을 내어주고 엄마가 됐다.
과학기술학자인 임소연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7살짜리 딸을 키우며 “양육이든, 연구든
타협만이 살길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가 박사 후 연구 과정을 했던 영국 런던정경대의 교수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캐리스 톰프슨에게서 배운 비결이다. 임 교수는 포기가 아닌 타협을 “여전히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의식하면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망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 일과 육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입양을 매개로 돌봄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는 입양 지원 실천가인 이설아의 글은 돌봄과 입양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춰낸다. 세 아이를 입양한 엄마로, 2015년 설립한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인 그는 ‘아동이 경험하는 입양’이란 관점에서 자녀를 입양시킨 생모와 입양해 키우는 부모,
입양인 당사자 모두를 지원한다. 아이에게 “네가 느끼는 그 모든 감정이 옳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돼 기뻤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돌봄은 받는 사람이나 건네는 사람 모두를 똑같은 온도로 감싸 안는 힘이 있다.…
감정을 돌보는 것이 곧 영혼을 돌보는 일이라 믿는다.”
이혼 뒤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는 교사인 백은선 소설가. 그는 엄마로 산다는 것을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아이의 말하는 것, 먹는 것 작은 동작 하나하나 모든 게 엄마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때로
그에게 구원이 됐다. 아이가 잠들고 조심스럽게 타자를 치던 새벽, 무엇이 그토록 간절했냐는
스스로의 질문에 “내 이름을 갖고 싶었다. 미치도록 그랬다”고 되뇌어본다.
아이를 돌보다 지쳐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워, 고요한 새벽 날이 밝도록 컴퓨터를 마주하는 삶.
이 시대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일상이 두 권의 책에 빼곡하다. 그들의 절절한 속내는
꼭 ‘엄마’가 아니라도 가슴 한쪽이 뻐근해진다.
출처 : 동아일보 최훈진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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