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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詩와 글과 사랑

뾰족한 마음

by maverick8000 2022. 12. 20.

 

어릴적 연필 깎을 때

연필심을 길게 그리고 뾰족하게 갈아서

뽐내듯 필통에 넣고 다녔지..

하지만 나름 정성다해 깎은 그 연필은

가지고 다니다가 혹은 쓰다가

쉽게 부러지고 말아 속상한 적이 많았지..

 

세월지나 흰머리나고 주름 자글자글해지니

이젠 마음이 뾰족해지나보다.

날도 추운데 가슴도 시리다.

서릿발 밟듯이 뾰족한 마음 끝도 뭉개졌으면..

하긴 그걸 내가 밟아야지 누가 해주랴.

발이 아파도 내가 해야지..

 

마음을 밟으니 풍선 저쪽이 튀어나오듯

저쪽 마음이 세상 우울하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것, 가지고 갈 수 없는 것

분명한 인생길에 

무에그리 한스럽고 우울할까..

조용히 술 한잔 기울여본다.

돌아가신 어머니 한잔 그리고 나 한잔..

어머니가 말씀하시네.

무덤에 잡초 자라듯 무성해지는 마음..

다 내려놓고 편해지라고..

 

날도 추운데 가슴도 시리다.

쓰다보면 뭉툭해질 연필심

뾰족하게 갈아봐야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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