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대통령 기자실에서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토끼가 왜 무서운지 아세요?”
모두 동료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깡과 총이 있어서 무서워요.”
일순간.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오두편(五頭篇)에 나온다.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중국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밭에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숲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부딪쳐 목이 부러졌다. 횡재한 농부는 그 뒤 매일같이 그루터기 옆에 앉아 토끼를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았고 농토는 쑥대밭이 됐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의 맹상군열전에 전한다.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개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풍환은 제(齊)나라 재상 맹상군의 식객이었다. 재상은 설이라는 땅의 식읍에서 돈놀이를 했다.
백성들이 제때 빚을 갚지 않자 누구를 보내 독촉할까 궁리하다 풍환이 자청하자 보내기로 했다.
그가 물었다 “돈을 받으면 무엇을 사 올까요?” “여기 부족한 것을 사오게”
풍환은 설에 도착 후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차용증 더미를 불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재상 어르신이 여러분들의 빚을 안 받기로 하셨소” 모두 감격했다.
풍환이 돌아오자 맹상군이 물었다. “무엇을 사 왔나?” “은혜와 의리를 사 왔습니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1년후 맹상군이 재상직에서 쫓겨났다.
풍환이 설에 내려가 잠시 있으라고 조언했다. 도착하자 백성들이 양손을 들어 환호했다.
맹상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의리와 은혜를 샀다는 말의 뜻을 알겠소”
“꾀 많은 토끼는 구멍을 세 개나 뚫지요. 나머지 두 개의 굴도 만들어 드리지요”
토끼의 해다. 수주대토의 어리석음보다 교토삼굴의 지혜가 어떨까.
하루하루 살기 힘든 일상에도 ‘깡’과 ‘총’으로 무장하고 ‘깡총깡총’ 도약하는 토끼를 응원한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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