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이 승리하자 프랑스는 충격을 받았다.
패인을 분석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한 프랑스 신문은 “한국 수주팀이 주말에도 일하며 반칙을 했다”고 썼다.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를 철저히 지켰는데, 한국은 워룸(전시 상황실)까지 만들고,
발주처의 온갖 자료 요청에 24시간 즉각 응답하는 등 불공정 경쟁을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중동 건설 신화 중엔 공기(工期)를 지키기 위한 기상천외한 도전이 적지 않다.
주베일 항만 공사를 따낸 현대건설은 공기 단축을 위해 무게 500t, 10층 높이 철골 구조물 89개를
울산에서 제작, 바지선으로 1만2000㎞ 바다를 건넜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땐 동아건설이 엄청난
수압을 견디는 직경 4m, 무게 75t 콘크리트 관(管)을 고안했다. 한국 도자기 제조법이 응용됐다고 했다.
이 공사를 이어받은 외국 건설사들은 이 관을 만들지 못해 누수·파열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선 서로 무차별로 미사일을 쏘았다.
외국 건설사들은 모두 철수했는데 한국 건설사는 이란 항만 공사를 계속하다 이라크 전투기 공격을
받아 근로자 13명이 사망했다. 나중에 이란은 한국에 대형 프로젝트를 대거 발주했다.
리비아 내전 당시 반군 거점도시 벵가지가 정부군의 집중 폭격을 받았는데, 화력발전소와
병원을 짓던 한국 건설사는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내전 종료 후 새 정부 수반이 한국 건설사를
찾아 감사 인사를 했다.
▶중동 전문가 이희수 전 한양대 교수는 “아랍에선 ‘공동체적 약속’과 ‘신뢰’를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한국은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1·2기는 이미 가동 중이며, 3호기는 올해 가동을
시작하고, 4호기는 내년 준공된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가 수주한 핀란드 원전은 공기가 10년
늦춰지고, 공사비도 2배로 늘었다. UAE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약속 이행은 기적과
같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다르다”며 이웃 나라에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UAE의 300억달러 투자 약속으로 제2 중동 붐 기대가 일고 있다.
과거 중동 붐이 사막 땡볕 아래서 근로자들이 피땀으로 만들어낸 성과라면, 향후 중동 붐은 에너지,
방산, 바이오, 메타버스 등 첨단 산업이 주역이 될 전망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CES)에서 한국 기업들이 ‘최고혁신상’ 20개 중 9개를 받았다.
“한국은 다르다”는 감탄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출처 : 조산일보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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