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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詩와 글과 사랑

박완서 - 일상의 기적

by maverick8000 2023. 2. 6.

일상의 기적_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

여겼는데 웬걸, ​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

하룻밤 사이에 ​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

비로소 ​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

목도 결리고, ​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

언제까지나 ​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

이렇게 기습적으로 ​

반란을 일으킬 줄은 ​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 웃어 넘겼던 그 말이 ​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

이렇게 명확하게 갈리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에는 젊은 날에​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

다녀왔다.

몇년에 걸쳐 ​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 그분이 ​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민한 감수성과 ​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

명성을 날리던 분의 ​

그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 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 없구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

지금 저 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일어나고, ​

좋아하는 사람들과 ​

웃으며 이야기하고, ​

함께 식사하고, ​

산책하는 등​

그런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뒤라는 점이 ​

안타깝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 위를 걷는 것쯤은 ​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동안​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 보고​

물리치료도 받아 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지금, 감사를 느끼고 계시는지?

우리들이 

입으로는 감사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안구 하나 구입하려면​

1억이라고 하니​

눈 두개를 갈아 끼우려면

2억이 들고 ​

 신장 바꾸는 데는​

 3천만원,

심장 바꾸는 데는 ​

5억원,

간 이식 하는 데는​

7천만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와 의족을 끼워 넣으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답니다.

지금!​

두 눈을 뜨고 ​

두 다리로 ​

건강하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

몸에 51억원이 넘는 재산을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도로 한 가운데를 질주하는​

어떤 자동차보다

비싼 훌륭한 두발 자가용을 가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기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

갑작스런 사고로 ​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산소호흡기를 쓰면​

한 시간에 36만원을 내야 한다니

눈, 코, 입 다 가지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면서

공기를 공짜로 마시고 있다면​

하루에 860만원씩 버는 샘입니다.

우리들은 51억짜리 몸에​

하루에 860만원씩 ​

공짜로 받을 수 있으니 ​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건 ​

욕심 때문이겠지요.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

기쁨이 없고,​

기쁨이 없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감사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감사하는 사람은 ​

행복이라는 정상에​

이미 올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잎 클로버는 행복!​

네잎 클로버는 행운?

행복하면 되지 ​

행운까지 바란다면

그 또한 욕심이겠지요.

오늘부터​

지금부터​

숨 쉴 때마다 ​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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