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디지털 거부감1 고모는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할머니는 1959년부터 서울 종로구 뒤편 세검정의 서민형 한옥에 살았다. 올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쯤 그 동네의 재개발이 시작됐다. 할머니와 평생 함께 산 고모는 평생 산 동네도 떠나야 했다. 이번 추석은 할머니와 우리 옛날 집 없이 처음 맞는 명절이었다. 다같이 고모의 새집에 갔다. 새집은 세검정에서 구기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은평구에 있었다. 평범한 보급형 주거 건축이었다. 모든 게 새것이었고 내 눈에는 좀 많이 반짝거렸다. 사람들이 잘 잊는 고급품의 조건 중 하나는 품질 지속 시간이다. 그 집에서 본 새것의 광택은 곧 사라질 듯 보였다. ‘이게 오늘날의 인테리어구나’라고 느끼던 때 인터폰이 울렸다.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돌아온 고모부였다. “이거 어떻게 여는 거야?” 인터폰 앞에서 어르신들이 웅성.. 2022. 12.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