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시루 안에서1 콩나물시루 안에서 빛이 들지 않게 검은 천으로 덮인 시루 속에서 콩나물은 자란다. 햇살도 온기도 없이 어둡기만 한 공간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찬물을 맞으며 키를 높인다. 사람의 마음에도 그런 구석이 있다. 드러내지 못하고, 숨기고, 외면한 채 가둬 둔 감정들.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 표현하지 못한 분노, 속으로 삭이며 넘긴 억울함처럼 밝은 곳에서는 자랄 수 없는 마음들이 있다. 그 감정들은 음지에서만 뿌리를 내린다.세상은 종종 양지바른 곳에서만 마음이 자라는 것처럼 말한다. 웃음, 성취, 긍정적인 말과 다정한 손길이 마음을 건강하게 키운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양분이지만 세상은 그 반대의 경험 또한 잊지 않고 안겨준다. 소중한 대상을 잃고 남은 상실의 자리, 눈을 질끈 감게 하는 후회의 순간.. 2025. 4.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