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박노해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불볕을 지낸 사과의 볼이 붉어지듯
뜨거웠던 나의 걸음도 묵직해지기를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장마에 맞서던 벼들의 고개가 숙여지듯
곧고 푸르던 나의 말들로 나직해지기를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태풍을 보낸 모과 속에 향즙이 고여들듯
아팠던 자리마다
사람의 향기 차오르기를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달아오르던 대지의 속이 그윽해지듯
여름을 보낸
내 마음도 깊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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