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오는 길목
무엇이든 냄새 맡기 좋았던 길목
다 왔으나 다 오진 않았던
길목에 들어설 때마다
그랬다. 언제고 한 집에서는
길과 맞닿은 부엌 창문으로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를
한 접시 가득 생선 굽는 냄새를
그랬다. 이 나라의 냄새가 아니게
뜨거운 열사(熱砂)의 냄새 퍼뜨려주었다
퇴근길 혼자 가는
자취 생활자의 광막한 공복을 후비곤 했다
(…) 늦여름, 풀이 마른다
이 나라의 냄새가 아니게 풀이 마른다
열사의 타는 물의 향이 넘어온다
쓰라린 가을 길목
-이진명(李珍明,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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