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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詩와 글과 사랑

냄새가 오는 길목 / 이진명

by maverick8000 2023. 9. 4.

 

냄새가 오는 길목

 

무엇이든 냄새 맡기 좋았던 길목

다 왔으나 다 오진 않았던

 

길목에 들어설 때마다

그랬다. 언제고 한 집에서는

길과 맞닿은 부엌 창문으로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를

한 접시 가득 생선 굽는 냄새를

 

그랬다. 이 나라의 냄새가 아니게

뜨거운 열사(熱砂)의 냄새 퍼뜨려주었다

퇴근길 혼자 가는

자취 생활자의 광막한 공복을 후비곤 했다

(…) 늦여름, 풀이 마른다

이 나라의 냄새가 아니게 풀이 마른다

열사의 타는 물의 향이 넘어온다

쓰라린 가을 길목

 

 

-이진명(李珍明,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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