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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詩와 글과 사랑

구 일째 / 황정희

by maverick8000 2023. 9. 14.

 

 

 

구 일째  /  황정희

 

 

구 일째 울진 산불이 타고 있다
한 할머니가 우사 문을 열고

다 타 죽는다 퍼뜩 도망가거래이 퍼뜩 내빼거라 꼭 살거라 필사적으로 소들을

우사 밖으로 내몰고 있다

불길이 내려오는 화면을 바라보며
밀쳐놓은 와이셔츠를 당겨 다린다

발등에 내려앉은 석양처럼 당신은 다가오려 했고
나는 내 발등을 찍어 당신이 집 나간 지도
구 일째

주름진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매매 반듯하게 다리고 있다

똑 똑
똑똑 똑똑
똑똑똑똑똑똑똑

빗소리다

쏟아지는 빗소리가 진화를 몰고 와
우산을 쓰고 돌아온 당신 속으로 질주하는 나는 맨발

날 밝아
체육관으로 피했던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다 타버린 우사 앞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소들의 모습이 비쳤다

 

 

출처 : 농민신문 [농민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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