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詩와 글과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입춘 (1) | 2024.01.26 |
---|---|
엄마의 무덤 / 곽상희 (0) | 2024.01.22 |
화병 / 김기주 (0) | 2023.12.07 |
12월 / 정연복 (3) | 2023.12.05 |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1) | 2023.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