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무덤
마음 아린 구석이 있어 올 해 처음
엄마 묘소를 찾았다..
공동묘지의 황량한 바람과 부스스한 나무들의 표정이
을씨년스럽다.
가까이 있어도 자주 가보지 못하는 엄마의 무덤
엄마는 못난 자식이 야속했을까..
꿈에도 한번 안오신다..
어줍잖은 어른 행세를 하던 결혼 직전부터
엄마를 어머니로 바꿔 부른게 굳이굳이 후회되었다..
일찍 홀로되어 외아들을 자식으로 남편으로 여기며
모진 세월 살아 온 엄마에게 어머니는 분명 낮선 이름이었겠지..
그런 회한 속에서 바라보니 무덤의 봉분이 많이 낮아졌다..
오랜 세월이 봉분의 흙도 낮추었구나..
주저앉아 목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지만
엄마는 야속하게 등을 떠민다..
'어여 가거라 바람이 차다'
미욱한 이 자식에게
살아 생전처럼 욕을 퍼붓던지 등짝을 후려치시지
그저 살포시 등을 떠민다..
'어여 가거라 바람이 차다'
내려오는 길 뒤늦은 눈물이 난다..
흐려진 시야가 몬드리안의 추상화처럼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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