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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과 여행, 맛집

변산반도와 고군산군도

by maverick8000 2025. 3. 27.

 

선운사에서 4일차 여행(목요일)의 마무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변산반도(전남 부안군)의 격포항에 위치한 채석강과 적벽강 일원입니다..

우측 백사장이 격포해수욕장입니다.. 아담하지요..

 

이곳은 남해안과는 또 다른 풍광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이 날 황사가 만만치 않군요.. ㅠㅠ

 

우와~ 어떻게 이런 바위가 생겨 났을까요...

 

 

오랜 세월 바닷물의 침식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조각품이겠지요..

 

 

 

 

 

채석강은 잠깐 둘러 볼 정도의 규모이고요, 생각보다 크고 웅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탄강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

 

변산반도는 순천에서 늦게 도착하여 그냥 채석강을 둘러보고 낙조만 볼 예정입니다.

그런데 하늘이 점점 더 뿌옇게 변합니다..   아~ 부안군수님도 협조를 안해주시네... ㅠㅠ

멀리서 뱃고동을 울리며 어선이 들어 옵니다..

저 분들도 미세먼지가 워낙 심해 들어 오시는걸까요..

 

낙조가 시작될 시간이 다가옵니다..

이곳엔 86고지의 '닭이봉 전망대'가 있습니다.. 산허리를 돌아 오르면 등대처럼 생긴 전망대가 있어요..

여기서 보면 낙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차량은 통제하기 때문에 걸어가야 합니다..

근데 여기도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그것 참... (황사 때문에 그런가..)

 

전망대에서 바라본 채석강 반대편에 보이는 격포항의 모습입니다..

저쪽으로도 걸어서 가보고 싶은데.. 항구에 즐비한 횟집의 유혹에 빠질까봐..........는 아니고,

미세먼지 때문에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원래 이 전망대에서 보면 위도까지 보여야 하는데..  눈앞엔  아무 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멀리 수평선 근처에 섬이 하나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얘는 어떻게 떠있는걸까..

 

아~ 이 풍경이 실화냐...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는 시계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바람은 거세지고 눈이 뻑뻑할 정도입니다..

 

수평선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낙조를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꿋꿋하게 버텨 봅니다..

 

낙조.. 

이번 여행에서 이어지는 이 세번의 낙조를 통해서..

야멸차게 구는 세월에게 나를 위로 받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카메라를 최대한 줌인해보니.. 아~ 저 섬이 위도인가???

 

 

세월은 인생을 수채화로 만든다고 했던가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 인생은 이렇게 뿌옇게 얼룩진 수채화가 아닐까..

 

사진으로는 이해가 안되시겠지만... 낙조는 이렇게 허무하게  흐지부지 끝이 납니다.

하늘과 바다를 찬란하게 빛내거나, 붉게 물들이는 그런 장엄함은 전혀 없이

그냥 멀리 수평선 아래로 태양이 스러지고 맙니다..

저는 이날 1시간 가깝게 낙조를 기다리면서 '닭이봉 전망대'를 서성이다가 막상 낙조를 보고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통영 앞바다의 깨끗하고 명쾌한 바다 일몰,  순천만 갯벌의 웅장한 일몰

그리고 이곳 변산반도의 극심한 황사 속 시작과 끝이 모호한 밋밋한 일몰..

모두가 인생의 단면이요, 인생의 드라마와 같다는 것을 말이지요..

어떤 이는 그레이트한 명성을 날리며 한 평생을 살아가지만, 대부분은 왔다 가는지 흔적조차 없는

그런 삶을 살지요..

하지만 일출이나 일몰이나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반드시 오고야마는 인생의 순간임을 절감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저의 허황된 기도를 모두 기각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오직 일용할 양식과 적당한 궁핍을 주셔서,  가진자의 교만에서 벗어나게 해주시니

이 또한 감사합니다.. 

부디 저 낙조처럼 이 세상 떠날 때까지 낮은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4일 여행중 유일하게 호텔이란 이름이 붙은 숙소에서 잠을 청합니다..

3일 연속으로 각 지역의 소주와 친하게 지냈더니 4일차는 좀 힘이 들어 이날은 조신하게

맨정신으로 취침 모드입니다.

 

여행의 마지막 5일차는 고군산군도로 향합니다..

이 날도 황사가 어제밤 만큼 심합니다.. 초미세먼지/미세먼지 매우 나쁨.. ㅠㅠ

그래도 일단 변산반도에서 가까운 새만금방조제를 달려가 봅니다..

해안으로 가면 갈수록 시계가 흐려집니다..

 

원래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대장봉을 올라가서 많은 섬들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개뿔...

호흡이 곤란할 지경입니다..

 

그냥 차를 타고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를 돌아보고 발길을 돌립니다..

 

 

이날은 도저히 외부 활동을 할 수가 없어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 집으로 복귀합니다..

어이.. 갈매기 친구들.. 잘있어~ ^^

 

이렇게 해서 무작정여행 5일의 모든 일정을 마칩니다..

태어나서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 처음 출발할 때는 다소 막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물어물어 돌아다녀 보니 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약 1,400km를 돌아다니며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를 다 구경하려면 한달을 꼬박 다녀도

어림없다는 것입니다.

하긴 유흥준교수님 같은 여행 전문가도 아직도 가 볼 곳이 많다고 하니 여행이란 것은

참 여러가지의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특정지역을 구체적으로 일정을 잡아 여행하는 방법을 강구해 보려 합니다..

또 기회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줍잖은 여행 후기 끝까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여행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