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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폭삭 삭았수다

by maverick8000 2025. 4. 10.

 

 

 

박보검은 잘생겼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다 저 말이 튀어나왔다.

나이가 드니 자꾸 혼잣말을 한다. 프리랜서로 혼자 살면 대화할 일이 없다.

지난주 내가 인간에게 한 유일한 말은 “이 아파트는 같은 동 입구가 두 갭니다”였다.

집을 찾지 못하는 배달의민족 배달원과의 통화다.

 

인간은 말을 해야 한다. 본능이다. 너무 말하지 않으면 혼잣말이 나온다.

말하는 법을 잊을까 두뇌가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혼잣말하는 경우는 정해져 있다. 감탄할 때다.

“이 집 아귀찜 맛있네” “캬~ 3월인데 설국이네” “나라 망하겠네” 마지막은 감탄은 아니다. 탄식이다.

 

인간은 잘생긴 사람을 보면 감탄한다. 본능이다. 잘생긴 사람은 손해 볼 일이 없다.

22%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연구도 있다. 호주국립대가 1984년과 2013년 두 번이나 진행한 연구다.

연구팀은 “연구가 외모 지상주의 극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어지간히 도움이 되겠다.

 

박보검에 대한 불평도 좀 있다. 박보검처럼 생긴 팔불출 순정남이 세상에 어딨냐는 불평이다.

요즘 사람들은 보다 현실적인 캐스팅을 원하는 경향도 있다. 부모 유전자 잘 물려받아 잘생기게 태어난 게

무슨 재능이라고 다 배우를 하냐는 소리다.

 

아니다. 그들은 배우를 해야만 한다.

배우가 될 정도로 잘생긴 사람들이 일상에서 우리와 부대끼며 사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잘생기고 예쁘지 않은 우리에게 더 못 할 짓이다. 그들은 화면 속에서나 존재해야 한다.

매일 그 얼굴을 보며 우리 유전자의 부족한 재능을 한탄하며 살 수는 없다.

 

정치인 외모가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꽤 있다.

케네디가 역사상 첫 TV 토론으로 닉슨을 꺾은 이후 나온 소리다.

중도층 유권자 중에서는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투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인 외모야 아직은 거기서 거기다. 정치를 하다 보면 폭삭 속이다, 폭삭 삭는 모양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