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근처 경의선 숲길에 벚꽃이 피었다. 예전에 이 길은 석탄을 나르던 철길이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할 때면 석탄에서 날리는 분진으로 코밑이 까맣게 되곤 했다.
경의선이 지하화되며 철로가 있던 터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멋진 변화다.
봄날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이 길을 걷고 있다. 이 벚꽃길을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얼마나 동화 같은 풍경일까?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을 걸어 본다. 지구가 나를 끌어당기는데,
그 힘에 맞서는 근육의 힘이 나를 걸을 수 있게 한다. 지구에서 나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다.
지구가 우리를 잡아당기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
이 힘을 만유인력이라고 한다. 1687년 아이작 뉴턴은 논문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를 통해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인력이 강하고,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인력이 약해진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혀냈다.
거대 질량을 가진 태양과 지구, 달과 지구는 이 힘에 의해 규칙적인 주기 운동을 한다.
만유인력이 작용하는 우주에서 티끌보다도 작은 나의 존재가 내 근육의 힘으로 걷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근육을 단련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운동이다.
근육은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데, 50대 때 10% 정도 줄고 그 이후부턴 급격히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줄면 근력도 떨어진다. 쓰지 않아도 근육량은 감소한다.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운동을 하는 주된 목적은 근육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근육이 커지는 것과 힘을 내는 것은 연관성이 있다. 중력을 이기는 대표적인 운동이 역도다.
무거운 물체를 들려면 지구의 중력에 반하는 근육의 힘을 키워야 한다. 또한 순발력, 스피드, 신체의 탄력,
유연성, 균형감각 등 종합적인 전신 운동능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인간의 한계는 자기 몸무게의 약 세 배다. 이 초인적인 기록을 세운 최초의 선수는
소련의 역도 선수 바실리 알렉세예프다. 1970년 그는 500파운드(약 227kg)의 역기를 들어 올림으로써
인간의 힘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걷기가 근력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라면, 달리기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운동이다.
심장과 폐에 적절한 자극을 줘 심폐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하체 근력뿐 아니라 전신의 근육을 활용하는
효율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더욱이 달리기는 유산소 운동이라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체중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매년 꼭 참가하는 학회가 있다. 마지막 날에는 폐회식을 마치고 학회에 참가한 과학자들이 모여
5km 달리기 경기를 한다. 학회에 참가한 첫해에 창피하게도 나는 꼴찌를 했다.
40대 초반, 교수가 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그 후 반성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해 지금은 그래도 상위 그룹에 낄 정도가 됐다.
처음 참가해 꼴찌한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때가 체력의 최저점이었다.
체력이 연구력이라는 믿음엔 변함이 없다. 체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꽃 피는 봄날은 걷고 달리기에 딱 좋은 날이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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