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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너도나도 교도소에 가고 싶은 세상’

by maverick8000 2025. 4. 21.

 

 

 

“지극정성으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목욕도 시켜준다.”

“의료서비스도 좋고 이발도 해준다. 모든 게 공짜다.”

“치안도 완벽하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서로 위로하며 재미있게 지낸다.”

 

 

얼핏 들으면 고급 요양원 같지만 교도소 이야기다.

요즘 일본에서는 자진해서 교도소로 들어가는 노인이 늘어나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신규 수형자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이나 늘었다고 한다.

 

노인들이 교도소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일반 요양원 못지않은 편의성이 있는 데다 모두 무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복해서 재입소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니 기가 막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는 유력 인사가 모두 국립교도소 동창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통령, 장·차관, 대기업 총수,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교도소를 다녀온 유명인사들이 수두룩하다.

국립교도소의 별칭이 묘하게도 ‘하바드대학’이다.

‘하루종일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학교’ 를 줄인 거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립교도소 동창들이 하바드대학 동창들보다 더 유명한 건 사실이다. 웃지 못할 기현상이다.

 

 

사회에서 많은 걸 누리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갇혀 있게 되면 대개 심신이 괴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교도소 생활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한 유명인사는 교도소 생활의 장점이 여러가지라고 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불면증도 사라져서 잠을 푹 잘 수 있게 됐다, 복역기간 중 요리사 자격증을

두개나 취득했는데 요즘 남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하도 교도소 복역을 자랑하기에 또 들어가고 싶으냐고 물어도 봤더니 절대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서 모두 웃고 말았다.

 

돈 없고 힘 없는 일본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교도소에 들어간다는 뉴스는 초고령사회가 가져온

슬픈 사회현상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교도소에 들어가려는 노인이 생길 것은 거의 틀림이 없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는 경우나 자식들이 직접 모시기를 원치 않는 경우 요양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적당한 요양시설에 갈 형편이 안되는 노인들은 결국 교도소로 가려고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노인들은 험한 세월 동안 가족을 먹여 살리고 나라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왜 눈물을 짓겠는가. 모두 내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현실은 교도소를 삶의 마지막 요양시설로 택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이 불행한 사회는 불안한 사회다.

초고령사회의 노인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

젊은 시절 입시 경쟁으로 고통받던 인생이 노후에 교도소 입소 경쟁을 하는 비극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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