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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아래층 찬송가에 분노하기

by maverick8000 2025. 9. 8.

 

 

'84제곱미터' 중 한 장면.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우성. 넷플릭스 제공

 

누군가 신을 찬송할수록 나는 분노가 치민다면, 어째야 할까?

 

더위에 밤잠을 설쳐 토요일 낮에 잠을 청했는데 곧 깨고 말았다.

아파트의 바로 아래층에서 누군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젊은 남자의 매끄러운 목소리.

베란다문과 창문을 활짝 열고 노래한다. 원래 아래층은 오래 비어 있었는데 시행사가 가격 할인을

해주자 새로 입주한 것 같다.

 

피아노 반주의 노래 연습은 특색이 있다. 반복한다는 거고, 소리가 벽을 울린다는 것이다.

그는 간곡하게 찬송가를 부르는데 금세 뭉클해졌다.

'나도 저렇게 노래 부르던 때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났다. 그는 높은 음 처리를 못 했는데,

자꾸 반복하자 안쓰러웠다. "왜 저렇게 못하나?" "음감이 좀 심하네." "저 정도면 충분한 거 아냐?"

그런데 어느 순간 노래를 그쳐 다행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와서 성가대가 되었는데 이제는 합창을 했다.

아까와 같은 지루한 반복에 나는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혹시 매일 하는 건가? 그러면 집에서 글을 쓰는 나는 힘든데.

베란다로 나가 보니 소리는 상상 외로 컸다. '너무 한 거 아냐? 여름에는 서로 조심 해야지.'

 

일요일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나는 생각다 말고 인터폰을 눌러 아래층과 통화했다.

아래층의 주부는 "아, 네, 성가대요. 시끄러우신가요?" 했다. 그렇다고 하자,

"저희도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발소리가 쿵쿵거립니다. 좀 조심해주시면 좋겠는데요" 했다.

예상 못 한 요구에 나는 당황해서 "쿵쿵거리는 일이 없는데……아무튼 안 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했다.

 

통화를 끊고 나자 '뭔가 대화가 매끄럽지 못했나? '시끄러우신가요?' 할 때 약간 망설이며

'시끄럽다기보다는… 제가 약간 민감해서…' 이런 식이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면서 서운했다. 우리는 벌써 몇 년 전에 단지가 완공되자 이사 와서 말라죽어 가는 정원수들에

한 달 넘게 물 줘가며 살리고, 길 건너 새로 생긴 마트와 씨름해서 교통 혼잡도 줄이며 터전을

닦아온 터줏대감인데. 그렇게 곧바로 반격을 하다니. 그것도 '할인'받아 입주했으면서.

 

그런데 성가대 연습을 하던 남편이 이튿날 갑자기 찾아왔다.

요란한 벨 소리에 싸움이 날까 걱정이 되어 아내가 대신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는 식용유를 사왔다.

나도 현관에 나갔더니 그는 예순이 다 된 분이고 정말 공손했다.

그는 "창문을 다 닫고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두 시간만 연습하겠다"고 했다.

다음 주에 그는 인터폰을 해 왔는데 "연습을 시작했는데 혹시 시끄러우신가요?" 했다.

아내는 "괜찮아요" 했다.

 

이번 일의 현자는 그 집의 남편 같았다.

나는 "우리도 뭘 하나 선물로 사다 드리자"고 했는데 아내는 "그래, 그런데 지금 곧장 사다 드리면

좀 우스운 일이야" 했다.

이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우리 아래 윗집은 지금 사이 좋게 지낸다.

 

권기태 소설가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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