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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도넛을 나누는 기분

by maverick8000 2025. 11. 21.

 

 

 

저녁 늦게 부산에서 특강을 마치고 기차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정류장에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인근 학원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었다. 하나같이 검은 점퍼에 큼직한 가방을 메고 서 있었다.

한 아이가 편의점에서 호빵을 사 와 반을 갈라 친구에게 내밀며 말했다.

“야, 침 묻히지 말고.”

말투는 거칠었지만, 호빵을 떼어주는 손짓은 조심스러웠다. 조용히 웃음이 났다.

아이들은 입천장을 데어 가며 김이 오르는 호빵을 한입씩 베어 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희경 시인의 시 ‘도넛을 나누는 기분’(창비교육·2025)이 문득 떠올랐다.



그 시 역시 밤의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된다. 버스는 아직 오지 않고, 한 아이가 도넛을 반으로 나눈다.

시인은 그 장면을 “집으로 돌아가려 함과/ 집으로 가고 싶지 아니함처럼”이라고 쓴다. 마음도 그렇다.

생활이 가리키는 방향과 마음이 기울어가는 방향이 어긋나면서 벌어지는 약간의 틈.

분명 반씩 나누었는데도 어느 쪽이 더 큰지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때가 있다.

그래서 이어지는 “정확히 나누었는지 묻지 않기”라는 문장이 오래 머문다.

우정은 공평함을 애써 증명하기보다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 쪽으로 다가가는 마음일 것이다.



이어서 몇 가지 규칙들이 나온다. “어디서 났는지 묻지 말기/ 마실 거 없는지 묻지 말기/

밤하늘에 별이 있다고/ 사기 치지 말기.” 친구의 사정을 캐묻지 않고, 없는 낭만을 보태지 않는 태도.

궁금해도 바로 질문으로 바꾸지 않고, 꾸미고 싶은 말을 한 박자 늦춰 삼키는 다정한 거리감이 있다.



버스는 오지 않고, 연착 안내 방송이 나온다. 아이들은 서로를 툭툭 치며 웃는다.

언젠가 이 밤도 그들에게 하나의 장면으로 남을까.

호빵의 반쪽과 도넛의 반쪽이 “밤의 버스 정류장”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식어 가는 기억으로 남을까.

그런 밤은, 어쩐지 조금 쓸쓸하고 달콤하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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