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1431~1506)가 그린
성 세바스티아노다.
3세기 로마 제국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근위대장이던 그가 기독교인임을 알게 되자 화살을 쏘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전설에 의하면 기둥에 묶인 성 세바스티아노는 ‘고슴도치처럼’ 수많은
화살을 맞았지만,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이후 그는 당당히 황제 앞에 나아가 죄를 꾸짖고 결국은 몽둥이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성 세바스티아노는 4세기부터 군인과 운동선수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이후로는 전염병을 막아주는 성인으로 추앙받았다. 흑사병이 어디선지도 모르게 갑자기 날아들어
피부를 꿰뚫는 화살처럼 치명적일 뿐 아니라, 피고름이 흐르는 종기가 마치 화살 자국 같았기 때문이다.
온몸에 화살을 맞고도 일어난 성 세바스티아노는 현대 의학 이전, 온갖 전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운명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던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실제로 만테냐는 당시 그가 살던 파도바를 덮친 흑사병에서 살아남았고, 전염병이 물러난 이후
파도바시로부터 이 그림을 의뢰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초로 보고된 게 2019년 11월이다.
그때까지도 이 바이러스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치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화살처럼
온 인류에게 무차별 공격을 퍼부을 줄은 몰랐다.
전염병도 무서웠지만 팬데믹 초기 어쩌다 화살을 먼저 맞은 이들에게 쏟아진 냉대는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우리가 서로에게 쏘아 댄 비난의 화살이 어쩌면 바이러스보다 더 아픈 상처를 남긴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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