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거인의 발걸음처럼 성큼 다가왔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치듯 옷장으로 달려가
스웨터에 패딩을 껴입고 목도리와 장갑과 털모자를 찾는다.
동파될 만한 곳을 찾아 단속하고, 난방 기구에 생길지 모를 화재에 대비해 작은 소화기를 마련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비타민과 영양제를 두루 챙긴다.
본격적인 겨울나기 준비가 시작되었다. 아 잠깐만, 이런 쓸쓸하고 황량한 계절에는 마음도 삭막해질 수
있으니 그 부분도 신경 쓰고 싶다. 올겨울에는 좋은 산문과 고전을 곁에 둘 생각이다.

이 무렵이면 생각나는 톨스토이의 소설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구두장이 세묜은 털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아내 마트료나에게는 농부들한테서 외상값을 받아 양가죽을 사고 그걸로 옷을 지어 오겠다고 했다.
부부는 한 외투를 공유하기에 하나가 입고 나가면 하나는 집에 있어야 한다. 시절은 각박하여 아무도
외상값을 주지 않고, 세묜은 홧김에 푼돈으로 보드카를 들이켜곤 “아, 술 들어가니까 춥지도 않다~”며
체념하다가 무서운 마누라 얼굴이 떠올라 우울해지는데, 그때 눈 쌓인 예배당 옆에 쓰러진
벌거벗은 남자를 발견한다.
세묜은 그를 지나칠까 구해줄까. 마트료나는 술에 취해 가죽 외투 대신 벌거숭이를 달고 온 남편을
본다면 구박할까 환영할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추우면 마음도 오그라들기 쉽다.
잎이 다 져 휑한 가로수 사이를 걷다 보면 목덜미 사이로 파고드는 시린 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진다.
지난 주말에는 헐벗은 겨울나무에 뜨개질해 온 옷을 입혀주는 사람들을 보았다.
따뜻한 손길이 묻은 거리가 전과 달리 훈훈하다. 집에 와서 길고양이 물그릇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다.
창틀이 얼어붙는 추위에 부디 밤을 잘 견디길 빌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사랑으로 산다고 했는데, 이 긴긴 겨울밤 내가 사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도 좋겠다.
정수윤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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