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 한여진
읽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었고
그것이 이 책의 유일한 결말은 아니니까
가장 많은 미움을 샀던 인물처럼
나는 징검다리를 건넜다
개울에 빠져 죽었다던 그와는 달리
반대편에 잘 도착했는데
돌아보니 사방이 꽁꽁 얼어 있었고
그애는 여름에 죽었겠구나
죽은 이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모여 흐르는 땀을 연신 닦다가
미워하던 마음이 사라진
텅 빈 구멍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검고 아득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고
돌멩이를 던져볼까
아서라, 죽은 이는 다시 부르는 게 아니야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찰나에도
두부는 아주 평화롭게 구워진다
이것은 소설일까 아닐까
고개를 들면 온통 하얀 창밖과
하얗게 뒤덮인 사람들이 오고가는 풍경
모든 것이 끝나도
어떤 마음은 계속 깊어진다
-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 한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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