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4년 개봉한 ’007 골드핑거’는 역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악당 오릭 골드핑거는 미국 연방정부의 금괴 보관소가 있는 켄터키주 포트 녹스의
금괴를 훔치는 대신 방사능으로 오염시켜 58년간 사용 불능으로 만들려 한다.
자신이 보유한 금의 가치를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한국인과 흑인, 그리고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영국 웨일스 출신 가수 셜리 배시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금에 대한 인류의 집착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골드핑거/ 그는 손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사나이/ 그는 오직 금만을 사랑한다네(Goldfinger/
He’s the man, the man with the Midas touch/ He loves only gold, only gold).”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의 금메달 한 개 제작 가격이
2300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90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2.5배가 넘는다.
은메달은 더 극적이다. 파리 올림픽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을 찾아 귀금속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메달의 주재료인 구리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동메달 한 개의
금속 가치는 8000원 남짓이다. 금은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까지는 금메달을 순금 100%로 만들었다. 이후 IOC는 규정을 바꿨다.
현재 금메달은 순도 92.5% 이상의 은에 최소 6그램의 금을 도금한 것이어야 한다.
셜리 배시가 노래한 ‘골드핑거’는 금에 집착하는 악당의 냉혹함을 경고했지만, 동시에 금이 가진
영원한 매력을 증언한다.
하지만 8000원짜리 동메달이든 353만원짜리 도금 금메달이든, 피와 땀을 바친 모든 참가 선수들에게
그것은 진정한 ‘영광의 골드’다.
파괴될 수 없고, 영원히 빛나는. 마치 이 노래의 강렬한 브라스 사운드처럼.
출처 : 조선일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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