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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호텔 화장실을 돌려달라

by maverick8000 2026. 2. 11.

 

 

 

호캉스는 가지 않는다. 호텔로 바캉스를 간다는 게 영 낯설다.

호텔은 바캉스에 딸려오는 부수 요소다. 베트남 푸꾸옥으로 바캉스를 갈 수 있다.

‘JW 메리어트 푸꾸옥’에 호캉스를 가지는 않는다. 물론 나이 들면 어딜 가도 호텔에서

잘 나가지 않는다. 모든 바캉스가 호캉스다.

 

어린 시절엔 호텔을 좋아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문장을 좀 바꾸겠다.

어린 시절에는 호텔이라는 공간을 좋아했다. 여행 갈 때마다 선정에 공을 들였다.

한때는 ‘부티크 호텔’이라는 게 인기였다. 스타일리시한 소규모 호텔이라는 뜻이다.

대형 호텔 몰개성에 질린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다.

 

 

나도 부티크 호텔 많이 갔다. 나이 들어 내린 결론이 있다.

부티크 호텔은 대형 체인급 서비스는 자신 없는 호텔업자들이 수도꼭지와 벽지만 요란하게 바꾸고

필요도 없는 LP 플레이어 놓은 뒤 ‘스토리가 있는 호텔’이라는 말로 숙박료를 두 배로 챙기기 위해

만든 것이다. 요즘은 부티크 호텔과 모텔도 구분이 쉽지 않다.

사거리 황제모텔은 세 달 리노베이션 후 숙박료 올린 엠퍼러부티크호텔이 된다.

 

부티크 호텔이든 그걸 표방한 모텔이든 가장 큰 단점은 예쁘고 불편한 침대와 세련되고 빈곤한

서비스가 아니다. 화장실이다. 요즘 호텔은 화장실을 숨길 생각이 없다.

유리로 된 개방형 화장실이 대세다. 시각은 만족스럽다. 후각과 청각까지 만족스러울 리는 없다.

이러니 연인들이 방에서 나갈 필요 없는 호캉스를 가서도 반나절에 한 번씩 로비 공용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나도 안다. 요즘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경험을 판다.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는 곳이다.

화장실도 숨기면 안 된다. 예뻐야 한다. 건축가 친구에게 불평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리노베이션할 때 유리가 벽보다 구조 변경이 쉽고 공사비도 낮아서 그래(역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올해 나의 기원은 유리 자재 가격 상승이다.

호캉스 준비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연인들을 위해 기원한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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