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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복권에 기대는 사회

by maverick8000 2026. 2. 27.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축제 때 표를 사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나눴고, 그 수익은 공공시설 건설에 쓰였다.

근대 유럽 국가들도 전쟁과 사회기반시설 비용을 복권으로 충당했다.

권력이 강제로 걷는 세금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회’를 사는 방식으로 재정을 마련한 셈이다.

사행처럼 보이지만 복권은 오래전부터 ‘자발적 세금’이라 불린 재정 장치였다.

우리나라 역시 1948년 올림픽 후원권을 시작으로 여러 형태의 복권을 거쳐 2002년 로또가

등장하며 오늘날의 틀이 자리 잡았다.



복권은 ‘불황형 상품’으로 불린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경제가 위태로울수록 더 많이 팔린다. 국

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시기에도 그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전 국민이 불안에 휩싸였던 지난해 1분기에도 복권 지출이 껑충 뛰었다.

특히 미혼 자녀가 두 명 이상인 가구의 지출 증가 폭이 50%를 넘었다는 통계는 의미심장하다.

보살펴야 할 가족이 많을수록 체감하는 불안이 더 컸다는 뜻일 것이다.

복권은 희망을 팔지만, 그 희망은 불안이 깊어질수록 더 간절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복권이 꼭 불황기에만 잘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산 시장이 달아오른 지난해 3분기에도 소득 하위 20%의 복권 지출은 65%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의 복권 지출은 거의 제자리였다.

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하던 시기,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주가지수가 오르는 동안 상위층의 자산은 늘었지만 하위층 자산은 오히려 줄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시장이 환호할수록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의 체감 온도는 더 낮아진다.



주식은 자본이 있어야 하지만, 복권은 소액이면 된다. 확률은 낮지만 문턱은 낮다.

복권은 꿈을 판다. 그러나 그 꿈이 많이 팔릴수록 우리는 돌아봐야 한다.

불황의 불안 속에서든, 상승장의 소외 속에서든 사람들이 점점 더 희박한 확률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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