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가 물러간 뒤 따뜻해진 중국 북부에는 코끼리도 살았던 모양이다.
무엇인가를 ‘하다’라는 새김의 한자 위(爲)에는 마침 코끼리가 등장한다. 글자 초기 꼴은 사람의 손[爫]이
어엿한 형체의 코끼리를 잡아끄는 듯한 그림이다.
한자로 이뤄진 문장인 한문(漢文)에서는 활용도가 퍽 높은 글자다.
우리 일상에서도 행위(行爲)나 작위(作爲) 등의 단어로, 또는 무엇을 위한다는 뜻에서의 위국(爲國)과
위민(爲民) 등의 조어로도 낯설지 않은 글자에 속한다.

사람을 가리키는 인(亻)이라는 요소가 이 글자 앞에 붙는 경우가 있다.
거짓, 조작, 사기 등의 좋지 않은 새김이 다 따라붙는 글자 위(僞)다. 코끼리를 이끄는 동작에서
더 벗어나 누군가 무엇인가를 더 비틀어 왜곡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흔히 이 글자를 위선(僞善), 위조(僞造), 허위(虛僞) 등의 단어로 인지한다.
참에 맞서는 거짓이자, 남을 속이는 사술이다. 본래 없는 것을 있는 듯 꾸미는 속임수를 가리키기도 한다.
위장(僞裝), 위증(僞證), 위계(僞計) 등이 관련 단어다.
중국의 근대 계몽 사상가 엄복(嚴復)은 자국 문화의 병폐를 “거짓에서 시작해 뻔뻔함으로 끝난다
(始于作僞, 終于無恥)”고 지적했다.
코끼리를 끄는 행위로부터 이어진 거짓과 조작, 기만의 유구한 사유와 습속을 비판한 대목이다.
면면히 이어진 그 전통 때문일까. 중국은 잘 알려진 ‘가짜’ 제품의 생산국이다.
그러나 거짓과 속임수의 국가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모방을 통해 이제는 첨단 제품을
만들어내는 산업 대국의 자리에 올랐다.
그럼에도 최근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벌어진 국제 전쟁터에서 중국제 방공(防空) 시스템이
아주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다시 비아냥을 받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를 다투는 이번 전쟁터에서 중국은 그동안 쌓은 국가 실력의 진위(眞僞)를
냉정하게 심판받을 듯하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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