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햇빛이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에서 겨울을 쫓아낸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 중에서
‘물총’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총을 쏘던 시인 선생님에 대한 시다.
놀라운 사실은 그 미발표작을 수록한 시집이 인쇄되는 도중에 선생님께 난생 처음으로 전화가
왔었다는 거다. 어떻게 그런 우연이 있을 수가!
그런데 오늘 선생님과 오랜만에 다시 통화하다가 원조 ‘물총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도 당신의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물총 쏘기를 배웠다는 게 아닌가! 시도 그분께 배우셨다고.
저 시를 안 썼다면 이런 사실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나는 오랜만에 정말 크게 웃었다.
장시간 앉아 일하느라 여태껏 얼음처럼 굳어 있던 얼굴에 쫙 금이 가는 듯했다.
얼굴에서 겨울이 쫓겨나고 웃음이 햇빛처럼 비치자 어느덧 봄이 와 있었다.

물총 / 황유원
우연히 아이들이 쏜
물총에 맞았다
젖었다
시원했다
기쁜 비명 내질렀다
물총에는 총알 대신
물만이 담겨 있고
허공에 대고 물총을 쏘면
물은 힘차게 발사되다가 살짝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힘없이 떨어진다
고등학생 때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 향해 물총을 쓰는
선생님이 있었다
국어 선생님이었고
아마 시인이었다는 것같은데
나는그 선생님을 정말 싫어했는데
오늘같이 더운 날
그가 수업 전 혼자 화장실에서
물총에 물을 채웠을 시간을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물총 쏠 생각에
속으로 기쁜 비명 내지르며
축축이 젖어든 영혼으로 화장실을 빠져나왔을
그 선생님이 이제야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