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만난 꼬맹이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내 직업을 듣자마자 숨도 안 쉬고 치고 들어왔다.
“작가, 돈 많이 벌어요?” 어이쿠, 벌써…. 안 그래도 어른이 되면 돈 문제로 시달리는 게 다반사인데.
그 자리에서는 웃어넘겼지만 자꾸 생각났다.
돈, 도대체 그게 뭐길래 아이의 머릿속을 지배해 버렸나?
잠시 후 아이의 부모가 오늘 주식이 몇 프로 빠졌더라는 대화를 나누는 걸 얼핏 듣게 됐다.
부부의 낯빛이 심상치 않다. 아이는 옆에서 그 얼굴을 본다. 주식 때문인가?
어른이 하는 주식은 아이의 영혼에도 영향을 미치나?
작가는 물론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아주 유명한,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들어서 아는 이름 정도가 되지 못하면 ‘많이’ 버는 축에
들지 못하는 직업이다.
변변치 못한 그 돈을 가지고 나도 주식을 해보겠다고 투자 계좌를 개설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조금 벌었다. 석 달 이상 책상 앞에서 끙끙 앓아야 벌 수 있는 돈을 가만히 앉아서
일주일 만에 벌기도 했다. 세상에, 이렇게 신기한 돈벌이가 다 있나!
바보처럼 그동안 왜 주식을 안 했담?
그러나 주식 시장의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난 결국 다 잃고, 반년은 일해야 벌 수 있는 돈까지
마이너스를 낸 후에야 무시무시한 개미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주식을 하면서 가장 싫었던 건, 나의 소박한 하루를 돈의 흐름에 몽땅 다 내어주는 나 자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장이 열리길 기다리고, 잠들기 전에 숫자와 그래프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은 얼마를 벌었는지, 또 얼마를 잃었는지, 나도 모르게 계산하고 따지고 울고 웃었다.
돈이 내 머리채를 잡고 휘두르는 느낌이랄까.
집어치우자. 너 따위에게 내 소중한 인생을 맡길쏘냐.
목련, 개나리, 흩날리는 꽃잎, 작은 새의 지저귐, 졸졸 흐르는 시냇물, 봄의 정령들에게
차라리 내 영혼을 맡기고 싶다. 책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죽겠다.
정수윤 작가,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