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주에 친구들을 만난다. 우리 넷은 일 년에 두어 번 만난다. 셋은 건축가이고 나는 시인이다.
그렇다고 만나서 건축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딱히 하는 것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앞에 두고 주로 여행과 영화,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서로의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하기 위해 모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을 나의 친구들이라고 소개하면, 누군가는 얼핏 놀랄 수도 있다.
아마 나이 차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많게는 스물네 해가, 적게는 네 해의 간격이 있다. 나는 그중에 막내다.
몇 년 전 만났을 때, 우리 중 제일 어른인 친구분이 말씀하셨다.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나이를 센다면, 자신은 300060살, 박 시인은 300037살이니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 친구죠.”
우리는 서로에게 존댓말을 하며 깍듯하다. 그 존중과 거리가 우리를 친구로 만든다.
1960년대생과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의 사회문화적 토양이 다르고, 우리는 대화를 하며
그 차이를 느끼지만 그것은 우리를 대비시키지 않고 확장시킨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극장 냄새 그립다는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는 방에서 OTT를 보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세대마다 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달랐지만, 어느 한 영화에서 발견한 좋은 장면은 같기도 했다.
그럴 때 우리의 대화는 더 깊어졌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각각의 인생이 갖는 고유한 특성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생각한다면
나이 차는 친구가 되는 데에 그리 큰 요소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그러한 차이에 대한 편견, 그리고 위계를 거두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함부로 훈계하지 않고, 또 겉으로만 예의 차리지 않고, 역할을 고정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늦추지 않을 때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박세미 시인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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