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지난주 구속됐고, 현 용산구청장은 오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만약 그날 이태원에서 요행히도 아슬아슬하게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고위 공무원으로서
승승장구했을지도 모릅니다. 경찰 공무원이 총경 승진하는 것은 군인이 별을 다는 것에 비견될 정도인데,
당시 용산서장은 총경으로서 요직을 두루 거치고 있었습니다.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서울의 구청장은 국회의원에 버금가는 권한을 갖는데, 용산구청장은 첫 도전에 대한민국 핵심 구에서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둘은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고 전후 처신을 보면 ‘대한민국 핵심의 구청장과 서장의 역량이 저 정도밖에 안되는지…’
안타까움을 넘어서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능력에 버거운 중책을 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103세 철학가로서 삶의 지혜를 전파하고 있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절친’이었던
고(故)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가 ‘분수론’에서 말한 과분(過分), 망분(忘分)의 표본 같아 보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사람에게 “분수를 알라”는 말이 욕처럼 들리고 있지만, 안 교수는 분수를 지키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고 갈파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분수는 자신의 몫이고 본분이자 신분, 처지, 형편,
지위입니다. 그것을 아는 것은 지분(知分)이고, 거기 기꺼이 만족하는 삶이 안분지족(安分知足)입니다.
반면에 사람들이 분수를 모르고 자신의 깜냥을 넘는 자리나 부를 탐하는 과욕과 탐욕이 넘치면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불행지수는 높아질 겁니다.
누구나 어떤 중책을 맡게 되면, 가볍게 기뻐하기 보다는 ‘내 분수에 맞지 않은 것은 아닌가’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경계하고, 삼가며,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계신공구(戒愼恐懼)’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공동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과분·망분하면서 목소리를 높여 자기 몸피보다 훨씬 큰 거푸집을 차지하고 내적으로
어떤 고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득실대는 듯합니다. 지분(知分)하거나 계신공구하는 현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에, 천둥벌거숭이들이 주로 보이는 측면도 있겠지요.
분수의 중요성을 짚는 대표적 명언은 아마 ‘네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f)’일 겁니다.
소크라테스의 경구(警句)로 잘 알려져 있지만, 원래 델포이 아폴로 신전의 상인방(上引枋·입구 위에
수평으로 가로질러 놓인 가로기둥)에 새겨진 말을 소크라테스가 인용한 것이지요.
그러나 말은 쉽지만, 자신을 아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분수를 알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행복에 더 가까이 가겠죠? 무엇보다 분수를 넘는 자리나 부가 자신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오늘은 함께 자신의 분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신이 분수에
넘치는 자리에 있다는 느낌이 들면 앞으로 경계하고, 삼가며, 무서워하고, 두려워 해야겠고….
출처 : 코메디닷컴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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