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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비싸도 줄설테니까…가격 인상한 샤넬과 에르메스의 믿는 구석

by maverick8000 2023. 3. 3.
[사진 = 연합뉴스]

 

“교실로 가는 길에 모든 종류의 샤넬백을 봤어요. 엄마들은 불가리의 ‘디바스드림’과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을 좋아하고, 몽클레르 패딩은 이곳 엄마들의 ‘유니폼’ 수준이죠. 가장 인기있는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SUV예요.”

 

블룸버그가 지난 1월 한국의 명품 소비 열풍을 보도하면서 소개한 송도에 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말이다. 학교 행사에 갔다가 명품으로 치장한 다른 엄마들을 보고 놀랐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모건스탠리의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1인당 소비액은 324달러로 미국 280달러,

중국 55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매체 ‘일 솔레 24 오레’는 한국이 세계

명품시장에서 별처럼 빛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인이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명품을 산다고 분석하면서

“외적 아름다움과 경제적인 성공이 다른 나라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맥킨지 조사에서도 명품구매에 거부감을 가진 한국인은 22%로 일본(45%), 중국(38%)보다

훨씬 낮았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명품 수요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국 가계 순자산은 11% 증가했다.

 

SNS를 통해 부유함을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를 즐기는 20대가 명품 소비의 주류로 부상한 것도

시장 확대를 부추겼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2021년 20대 명품 구매

증가율이 70.1%로 전 연령 중 가장 높았다.

 

한국 시장이 커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스타를 홍보대사로 속속 기용하고 있고 셀린, 지방시,

몽클레르, 톰 브라운, 로에베 등 지난 3년 사이 국내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뒤로하고 직진출로 전환했다.

K-컬처의 영향력과 MZ세대의 구매력이 더해지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돋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소비의 우선순위는 각자의

선택일 뿐 다른 사람이 판단하고, 비판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짝퉁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명품 선호의 부작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2022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다가 세관 당국에 적발된 지식재산권

위반 물품 규모는 2조2405억원(7250건·시가 기준)이었다. 상표 등을 허위 표시한, 이른바

짝퉁 규모가 2조원이 넘는 것이다. 지난해 적발액도 5639억원으로 2021년(2339억원)보다

141.1%나 들었다. 브랜드별로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5년간 3065억원어치가 적발돼 가장 많았다.

 

명품업체의 갑질로 인해 국내 소비자가 호구가 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 명품 업체들은 인기 제품을 사려면 몇 시간씩 줄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몇백만원,

혹은 몇천만원어치의 구매 실적을 쌓아야만 살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판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하고, 제품 가격을 사전에 내야 제품 구매 대기자로 등록하게 하는 곳도 있다.

특정 제품을 사기 위해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상품의 경우 색상 선택권을 주지 않고, 업체가 무작위로

제공하는 색상을 구매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진행 중이다.

 

에르메스와 롤렉스가 연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샤넬이 지난 2일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글로벌 가격 정책에 따라 원가나 환율에 변동이 있을 경우 국가 간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가격을 조정한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가격 인상이 잦은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치재는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베블렌 효과’가 통한다는 믿음 말이다.

 

출처 : 매일경제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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