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공개된 국내 최초 CM송인 진로소주 광고 음악의 노랫말은 이렇다.
"진로 소주 한 잔이 파라다이스/ 희망찬 우리들의 보너스/ 진로 한 잔이면 아무 걱정도 없어."
이 광고는 한 잔만으로 걱정을 털어낼 수 있을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반영하고 있다.
당시 진로소주 알코올 도수는 35도였다.
최근 소주는 16도 언저리다. 35도의 반도 안 된다. 충청권 업체 맥키스컴퍼니가 출시한 '선양'은
14.9도다. 막걸리나 맥주 중에도 15도를 넘나드는 제품이 있고, 와인은 대부분 14~15도 사이에 있다.
순해진 진로소주는 이제 광고에서 '초깔끔한 맛'을 강조한다.
독한 술의 상징이던 소주 이미지는 퇴색했고 소주 한 잔으로 '파라다이스'를 만끽하기도 어려워졌다.
업계에선 "도수 낮은 소주가 트렌드"라고 말하지만 애주가들은 한숨을 쉰다.
목을 때리는 특유의 독한 맛이 약해진 데다 주량껏 마셔도 안 취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소주로 취하려면 예전보다 더 마셔야 하는데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재 식당에서 소주 한 병 가격은 평균 5000원이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1988년 소주 한 병 값은
600~700원 사이였다.
안 오른 게 없다지만 '서민의 친구' 소주의 문턱마저 높아지니 "소주 값이 소주를 부르는 사회"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주에 대한 국민의 강한 애착을 고려하면 최근 소주 업체들의 소주 값 동결 선언은 큰 의미가 있다.
서민이 편하게 사 마실 수 있는 소주 한 잔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소주 업체들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만도 아니다. 정부는 1973년 주류 제조업체들을 통폐합하고
신규 업체의 진입을 막았고 1976년엔 '1도(道) 1사(社)' 제도를 시행해 도별로 소주 업체를 한 곳씩만
남겨뒀다. 30년 넘게 타 주종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소주 업체들은 "한국인들 중 소주에 얽힌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자랑스레 말한다.
국민의 술을 팔고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일 것이다.
소주 한 잔에 걱정을 덜어내는 서민들의 애환을 알고 있다면 앞으로도 국민의 술로서 책임을 기대한다.
출처 : 매일경제 [진영화 컨슈머마켓부 cinema@mk.co.kr]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 보이스 피싱 (0) | 2023.03.08 |
---|---|
5만원? 10만원? 축의금 얼마가 적당할까 (2) | 2023.03.08 |
완벽한 피지컬?! (0) | 2023.03.07 |
경칩 (驚蟄) (0) | 2023.03.06 |
창문만 열어도…건강의 독 ‘외로움’ 이기는 법 (0) | 2023.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