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완벽한 피지컬?!

by maverick8000 2023. 3. 7.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어느 땐가부터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100세 시대에 아직 절반도 안 왔는데 무슨 나이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30대와 40대는 정말 다르다.

똑같이 먹고 자는 것 같은데 늘 피곤하고, 피부는 비 맞은 빨래처럼 축축 처진다.

무엇보다 나잇살이 정말 심각하다. 여기저기 군살이 붙고, 옷이 안 맞는 것을 느끼는 것도 속상한데,

더 좌절스러운 것은 이제 웬만해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조금 덜 먹으면 금방 자기 자리로 돌아갔던 체중계의 바늘은 이제 시곗바늘처럼 왼쪽으로 가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그렇단다. 대체 나이 들면서 좋은 점이 있기는 한 걸까.



얼마 전, 남들도 내가 살이 쪘다는 사실을 다 알아볼 정도가 되자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감도 떨어져

몇 달간 바쁘다는 핑계로 발길을 끊었던 헬스장에 찾아갔다.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등록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심지어 돈도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더 우울해졌다.

그래도 이제는 근육을 만들어 대사량을 늘리는 수밖에는 없다.

카드 영수증을 받은 주먹을 불끈 쥐며 자기 최면을 걸었던 그날 저녁, 나는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

'피지컬:100'을 보게 됐다.

'피지컬:100'은 최강의 피지컬을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지금은 출연자들의 과거 때문에 말이 많지만, 예능으로서 트렌디하고 매력적인 기획임에는 분명하다.

 

화제의 프로그램답게 1화부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쏟아졌다.

세상에는 저런 몸을 가진 사람들도 있구나. 아니, 참 많구나.

남녀를 막론하고 걸그룹처럼 마른 몸이 아니라 온 몸을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한 출연자들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절로 반성도 하게 됐다.

나도 소싯적에는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까지 나갔던 몸인데, 지금은 저질 체력에다 힘을 쓸 수 있는

근육이 하나도 없으니까. 몇 년 전 발레를 배우러 갔다가 내 햄스트링이 남들보다 한참 짧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만큼 유연성도 완벽한 제로다.

나 같은 사람은 예비 시합인 매달리기에서도 꼴등이었을 테고, 1회전에서는 격렬하게 싸워 보기도 전에

부상을 당해 실려 나갔을 것이다.



우승자의 면모도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서른일곱 살에 키 174㎝인 우진용은 그보다 체격이나 체력 면에서 뛰어난 참가자를 모두 제치고

3억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상·하체 밸런스, 몸과 마음의 밸런스야말로 그가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제치고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로 보인다.

'피지컬:100'을 보면서 나는 당장 날씬해지지는 못하더라도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 점점 나빠지는 것들을 돌아보게 되고, 바쁜 삶 속에서도 좀 더 나에게 집중하고

신경 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이것이 나이 들면서 (유일하게) 좋은 점이 아닌가 싶다.



출처 : 매일경제 [윤성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