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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詩와 글과 사랑

세상의 모든 빗물 / 허연

by maverick8000 2023. 7. 10.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 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 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허연 作 <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