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 종수에게
빛이 빛에게
수분이 수분에게
가시가 가시에게
흙이 흙에게
조그마한 삽이 조그마한 삽에게
기대어 잔다
어떤 따뜻한 열기가 신발도 없이
살금살금 내려앉고,
이따금 문 위에 매달린 종이 찌르릉 소리를 내고
찬 기운을 구두코에 묻혀 들어온 사내가
잠든 장미 열 송이를 사가고
(열 송이의 잠이 부드럽게 증발하고)
달큼한 잠에 빠진 푸른 잎사귀들
깰까 말까, 따뜻하게 고민하는
길모퉁이 꽃집
밖에는 신호등이 깜빡깜빡
-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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