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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운전본심 취중진담

by maverick8000 2025. 10. 13.

 

 

 

평소 별명이 ‘보살’이던 선배가 운전대를 잡자 욕이 총알처럼 튀어나왔다.

순간 운전 중에 남편과 대화만 하면 대판 싸우게 된다는 친구 얘기가 떠올랐다.

평상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술만 마시면 하고 싶은 말이 방언처럼 터지는 친구도 떠올랐다.

운전 본심, 취중진담, 이것이 과연 원래 성격인 걸까.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기능에만 몰두한다는 특징이 있다.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셈이다.

문제는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뇌의 브레이크로 공격성, 성욕, 식욕 같은 본능을 억제한다.

그러나 운전처럼 다양한 감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뇌 기능이 위험 회피로 쏠리며 이 브레이크가

풀린다. 뇌가 한 번에 여러 기능을 처리하다 보니 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끼어드는 차에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건 성격이 아니라 뇌 구조 때문이다.

 

 

술의 전두엽 해제 기능은 훨씬 더 극적이다. 뇌과학자 김대수는 ‘취중진담’을 ‘취중 본능’이라 고쳐 말했다.

술김에 한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술은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일 뿐, 진심을 드러내는 거울은 아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나온 말은 잊고, 열기가 식도록 서랍 속에 넣어두는 편이 낫다.

 

하지만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는 ‘술김’에 한 행동에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술자리의 실수가 함께한 사람들만의 기억으로 끝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취해서 보낸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박제되어 남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사람은 평온할 때보다 위기에서 진짜 성품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화한 뇌과학은 “평온할 때 성품이 드러나고, 위기에서는 뇌의 구조가 드러난다”고 수정한다.

“문명은 우리가 서로를 찢어 죽이지 않게 붙여놓은 얇은 페인트층”이라고 한 윌리엄 골딩의 말은

또 어떤가. 과학은 그 페인트층이 전두엽임을 밝혔다.

운전대와 술잔은 그 얇은 층을 쏜살같이 벗겨내는 두 개의 손잡이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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