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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피로의 법칙

by maverick8000 2026. 6. 2.

 

 

 

퇴근길 지하철은 입자 충돌 실험실. 

저마다 다른 궤도를 가진 인간 입자들이 밀폐된 열차 안에서 불규칙하게 부딪힌다. 

내 맞은편 한 젊은 남성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얼마나 고단한 하루였을지, 헝클어진 수트 속 그의 영혼은 이미 로그아웃한 지 오래다. 

남은 건 관성에 의해 간신히 버티는 육체뿐.



어느새 그의 머리가 서서히 ‘수면 중력’의 영향권에 진입한다.

뉴턴이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을 깨달았다지만, 난 이 남자의 고개를 보며 ‘피로의 법칙’을 정립한다.

졸면서 떨어지는 고개의 각도(θ)는 피로도(p)에 비례하고 정신력(w)에 반비례한다.

고개가 30도를 넘어가는 임계의 순간, 그의 머리는 옆자리 승객의 어깨를 향해 자유낙하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주에는 인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황한 승객은 즉각적인 ‘사회적 척력’을 발휘한다.

어깨를 살짝 비트는 미세한 동작만으로 남자의 머리는 허공을 가르며 다시 오른쪽으로 진동한다.

이 처절한 진자 운동을 보며 나는 새로운 공식을 수첩에 적어 넣는다.

 

 

민망함(M)은 고개가 떨궈지는 횟수(n)와 추락 높이(h)의 제곱에 비례한다. 

특히, 좌석 뒤 유리창에 부딪히는 ‘퍽’ 소리와 함께 깨어나 주변과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민망함의 에너지는 무한대로 발산하며 그의 체온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청년의 위치에너지가 바닥으로 수렴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비슷한 

물리 법칙 아래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내일 아침이면 모두 다시 각자의 궤도로 복귀해 또 다른 인력과 척력 사이 어딘가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 일상의 동력이 이 거대한 도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방정식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끔, 임계점을 넘긴 누군가의 고개가 기울어올 때, 잠시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인력의 여백, 

그 작은 예외가 우리 사이에 항상 남아있기를 바란다.



박경렬 KAIST 교수 

 

[출처:중앙일보] 

 

새롭게 시작한 월요일..

즐겁고 행복한 한 주가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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