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군자산(君子山)은 원효(元曉) 대사가 수행하던 곳이어서 원효굴(元曉窟)과
원효사(元曉寺)가 있고 일화도 여럿 구전되고 있다.
어느 날 원효 대사가 상좌 중과 길을 걷다가 개울을 만났다. 마침 장마철이어서 물이 불어나 있었다.
그런데 원효는 서슴없이 옷을 벗더니 아랫도리를 다 드러내고 물을 건너려 했다.
마침 옆에는 젊은 여인이 난감하게 서 있었다. 원효는 주저 없이 그 아낙을 둘러업고 물을 건넜다.
개울 저편에 도착한 원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을 입고 길을 걸었다. 뒤따라오던 상좌 중이 원효에게 말했다.
“이제 저는 스님의 곁을 떠나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
“출가한 스님이 벌거벗은 몸으로 젊은 여인을 업고 내를 건넜으니 계율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원효가 상좌 중에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 그 여인을 업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냐?”
여기에서 원효가 버리기를 바라는 것은 번뇌다. 깨달음에 이르려면 해야 할 첫 과업이
‘번뇌를 끊는 것(斷德正因)’이다. 원효는 “악업이 허망한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망상일 수도 있고 분심(分心)일 수도 있고 걱정거리일 수도 있다.
절에 가면 ‘칼을 찾는 곳’을 뜻하는 심검당(尋劍堂)이란 별채 건물이 있다.
스님이 칼을 찾아서 어디에 쓰려고 하시나. 마곡사(麻谷寺) 한 비구니가 대답했다. “마음의 번뇌를 끊으려고요.”
인간이 번뇌로부터 얼마나 괴로움을 겪느냐 하는 문제는 부처부터 원효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인간의 번민이나 걱정거리 가운데 85%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Stephanie Dolgoff, 2007).
그러니 인간의 번뇌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던가.
부처가 입적한 음력 2월 보름(6일), 원효대사의 가르침이 더욱 새롭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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