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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과 여행, 맛집

춘천 의암호 수변 둘레길

by maverick8000 2024. 5. 2.

 

오늘 포스팅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의암호 수변 둘레길 이야기입니다.

이 길은 자전거로는 수없이 다녔지만 걸어서 돌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한번 올려 봅니다.

근로자의 날 (노동절, May day) 아침 10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전날의 음주 여파로 늦잠을 자서 출발이 늦어졌어요..

우리 덕팔이를 신매대교 아래 공터에 세우고 출발~ !!! 

(덕팔이가 송화가루로 뽀얐게 분칠을 했어요.. 에궁~ 목욕시켜야겠네...)

 

신매대교 시작점에서 호수를 찍어 봅니다.. 언제보아도 아름다운 춘천~ ^^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신매대교 거의 끝단에서 찍은 풍경

 

서면에는 감자밭이 참 많네요.. 어릴 때 엄마가 감자밥 해주시면 맛있게 잘 먹었는데...

지금이야 별미로 먹겠지만.. 그 당시는 쌀이 귀하니 값싼 감자를 넣어서 밥을 지었지요..

 

자전거 도로변에 백철쭉도 예쁘게 피었습니다..

 

낯익은 이 조각상은 호수변 카페 마당에 있는데요..

세월이 흘러서일까요.. 마당의 구석쪽으로 위치를 옮겼네요..

이젠 온 몸에 검버섯이 많이 생겼어.. ㅠㅠ

 

20여년 전에는 이렇게 피부도 깨끗했는데...

근데..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못생겼네... ㅠㅠ   (원판불변의 법칙~!!!)

 

이날은 쉬는 날이니 만큼 자전거 타는 사람도, 런닝하는 사람도 제법 많았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서면의 수변 데크길.. 언제 보아도 환상적입니다..

 

 

서면 문학공원.. 단정하게 정비가 잘 되었습니다..

 

한가로운 강태공들이 습지 곳곳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세월을 낚던지 고기를 잡던지 그건 그들의 자유..

 

제방길 주변은 유채꽃과 쇠뜨기 밭입니다.. 이뻐라~

 

 

자전거로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어느 미니 선착장에서 바라 본 시내..

 

걷다보니 아이구.. 저 놈의 넝쿨이 사람 아니 나무를 잡네 잡아..

멀쩡한 나무의 절반 이상이 죽었어요.. 저런건 좀 걷어내지..

 

늘 지나쳤던 애니메이션 박물관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어린 꿈나무들로 복작복작합니다..^^

 

여기에 로봇박물관도 있었네요.. 처음 알았네..

 

그런데 박물관 뒷편에는 이런 그로데스크한 조형물을..  웬 해골이야?

뭐.. 너희가 지금은 어려도 언젠간 이렇게 된다는 교훈이라도 주는건가?

어린이 공원에 조형물을 선택해도 거 참...

 

암튼 뒷마당도 넓직하고 풍경도 좋아서 어린아이들 데리고 가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한참을 더 가니 이젠 차도 옆 자전거 길입니다..

여기부턴 자동차가 많이 다녀서 걷기에도 자전거 타기에도 별로입니다.

근데 어디선가 포도향기가 달큰해서 둘러보니 등나무가 저렇게 활짝 꽃을 피웠군요..

 

붕어섬 인근에선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도 있구요..  멋지다~ ^^

 

약 10km 걸었더니 아~ 이젠 좀 지친다..

이쁜사람님, 여기 전망 좋은 모텔이 있는데.. 좀 쉬었다 갈...  (모텔 전망이 참 좋긴 하군요..)

 

자전거 도로 보수공사 중이라 조금 불편했어요.. 자전거를 타도 이런 곳은 좀 살살 달리지..

위험한 곳에서도 얼마나 쌩쌩 달리는지.. (그러다 한방에 훅간다..)

 

박사마을 마스코트가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아구구...

마음 속의 또 다른 내가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멀리 왔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 응?

벌써 10km도 훨씬 더 걸었어.. 힘들잖아.. 그만 가자~

 

잠시 혹 했지만... 이내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걸어 갑니다..

이때부터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덥고 지치고 힘들고... 에구구 나 죽네...

 

멀리 의암봉이 보입니다.. 올 겨울에 올라가려다 눈이 많아 되돌아 왔던 의암봉..

돌아오는 가을에는 꼭 올라 가서 단풍으로 물든 주변 풍광을 눈에 담아 보고자 합니다..

 

터벅터벅 걷다보니... 아~ 이 집.. 예전에 몇 번 갔었는데..

잘생긴 총각이 해주는 돈가스가 맛있었거든요.. 업종이 다른걸로 바뀌더니 망한 모양이네..

 

가까이서 본 의암봉은 완전히 돌산이군요.. 저러니 낙석이 생기겠지...

 

드디어 종착지인 의암댐이 보입니다.. 반가워 의암댐.. ^^

 

의암댐에서 바라 본 풍경.. 역시 멋지지요?

 

이때가 벌써 오후 2시가 넘어서 점심식사를 하고자 의암댐에 있는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근데.. 거기는 커피와 쿠키 같은 것만 팔고 식사는 안되네요.. 값도 오지게 비싸고.. ㅠㅠ

 

허탈한 마음으로 벤치에 걸터 앉아서 마음 속의 저 자신과 협상을 해 봅니다..

* 원래 여기가 목적지였으니 이제 택시 타고 신매대교로 가자.. 지쳐서 뒤지겠다..!!!

* 그건 그런데.. 택시는 좀.....  조금 더 가서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니가 좋아하는 막국수

   한그릇 먹고 거기서 택시 타자.. 여기는 택시도 없어..

* 뭐? 또 걷자구.. 안돼안돼.. 난 못가.

* 집에 가서 시원한 막걸리 사줄께. 니가 좋아하는 지평막걸리..

* 고뤠에~~~???  안주는?

* 두부 맛있게 구워줄께..

* 두부만?

* 니가 좋아하는 오이도 사줄께..

* 콜~ !!!  ^^

이렇게 걷기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거기서 회군을 했어야 됐어.. ㅠㅠ)

 

인어아가씨.. 오랫만이야.. 이때는 동상과도 대화하는 멘탈이 되었습니다.. ㅎㅎ

이 동상은 애초엔(1971년) 콘크리트로 만들었는데 후에(2013년) 청동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근데 넌 '민물 인어'구나.. ㅋㅋㅋ

 

카누를 타는 사람들.. 자기네 사진 찍는줄 알고는 손을 흔들어 줍니다.. 즐카~ ^^

 

이젠 지쳐서 사진 찍기도 싫은데.. 멀리에 못보던 돔이 보이네요.. 궁금궁금..

 

의암빙상장 옆에 있는데요.. 가까이서 보니 이런 모습입니다.

궁금해서 안에 들어가 보니 실내 축구장을 만드는 중입니다.. 우왕~~~ 언제 이런걸 다...

 

다시 걷는 하염없는 걷기여행...  호수엔 한가로이 배를 타는 사람도 있고...

 

1인용 보트 타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고... (저건 동력장치가 없고 발로 노를 젖는 방식입니다.)

 

알록달록한 요트를 타는 사람도 있고....

 

드디어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습니다..

얼른 막국수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관광지라 별 기대없이 먹었는데

제 입맛에는 잘 맞았어요.. 음~ 칭찬해.. 삼악산 막국수..(건물 2층에 있어요..)

 

* 여기서부터는 택시 타고 간다며???

*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지.. 공지천까지만 걸어 가자.. 응?

* ............ (삐져서 말 안함)

또 다시 정처없이 걷습니다.. 발이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합니다.

 

멋진 하늘과 구름과 물과 갈대와 산.....

춘천은 정말 천혜의 자연을 타고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MBC 지나서 공지천 쪽으로 접어드니 공사중입니다. 출렁다리를 만든다고 하네요..

여기에 이런게 어울릴까? 에이~ 유능하신 공무원님들이 하는 일인데 여러가지 잘 검토하셨겠지..

 

오후 4시경.. 추억의 공지천 보트장..

 

요즘은 전동식 보트를 타는군요.. 요즘은 어디나 신무기가 등장하니.. 참~ 따라 갈수가 없단 말이지..

제가 처음 춘천 왔을 때 친구와 둘이 오리배를 탔는데요, 다른 오리배의 모든 사람이 커플이어서

충격받은 우리는 시간도 안되었지만 오리배 반납하고 대낮부터 술 마신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별로 바뀐게 없다는 것이 참.... 기쁩니다~ ^^)

 

 

이디오피아 건물의 벽화..

이런류의 그림은 왠지모를 평안함과 친근감을 주는 것 같아요..

(색채도, 구도도 정감이 가는 그림입니다..)

 

6~7년 전 쯤이죠. 퇴근해서 저녁에 많이 걸었던 공지천 수변길..

그 길도 벤치도 변함없이 그대로 입니다..  정겨움이 왈칵~~~

 

멋진 춘천대교..

 

이팝나무 꽃도 만발해서 아름답군요..

 

여기도 무슨 조형물을 만드네요.. 공원이라고 하는데요..

 

수변 뚝방길도 이쁩니다..

 

하이~ 처녀..   굿모닝~ ^^    (인어보단 처녀지..)

 

아~ 소양2교 사거리엔 원형육교를 만든다고 하네요..

이야.. 춘천시 바쁘다 바빠..

 

끊어진 다리의 교각.. 이 교각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은 신의 한수라고 봅니다..

 

자전거 탈 때는 가지 못했던 두미르아파트 인근의 도보교(인도교)..

'마장달빛교'라고 하네요.. 다리 중간에는 휴식공간도 있어서 사람들이 제법 있더군요..

 

소설가 이외수가 쓴 '황금비늘'은 아마도 이런 모습을 보고 쓴 글이지 않을까요?

사진에서는 잘 표현이 안되었지만, 햇빛에 반짝이는 물비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아~ 이제 거의 다 와 갑니다.. 발도 아프고 15kg 배낭을 멘 허리도 굽히기 힘들만큼 아픕니다..

 

멀리 신매대교가 마치 신기루처럼 보입니다..

잘 했다.. 잘 했어..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이 날 저는 신매대교 - 서면 수변길 - 의암댐 - 스카이워크 - 케이블카 - mbc - 공지천

- 소양2교 - 육림공원 - 신매대교에 이르는 의암호 수변길 약 33km를 걸어 보았습니다..

 

따가운 햇살과 꽃가루가 걷기에 큰 장애요소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도보로 일주를 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자신과의 대화도 많이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 아직 늦지 않았지?

* 뭐가?

* 응, 그냥.. 이것저것.. 남은 내 인생 살아가는거.. 뭐.. 그런거..

* 그럼, 넌 이제 겨우 예순 두 살인걸..

 

그날 저녁 저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지평막걸리와 두부 그리고 오이.. (개꿀맛 ^^)

 

See you agai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