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점점 준다. 유튜브에서 ‘중국인, 홋카이도 버정 방화’라는 제목의 뉴스 콘텐츠를 봤다.
순간 두뇌가 정지했다. 버정? 버정이란 무엇인가. 홋카이도 도시 이름인가?
일본에는 아래 이응 발음이 없는데? ‘버’로 시작되는 일본 단어가 있나?
일본인은 어를 아로 발음할 텐데?
버스 정류장이었다. 그걸 줄여서 버정이라 쓴 것이다.
내 세대도 줄임말 많이 썼다. 아르바이트는 알바였다. 에어컨디셔너는 에어콘이었다.
디지털카메라는 디카였다. 알바라는 말도 어르신들 앞에서는 쓸 수 없었다.
“어디 가니?” “알바요” “내 알바냐고?” 이런 오해를 사기 딱 좋았다. 농담이다.
아니다. 분명 저런 반응을 보인 어르신이 그때는 있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인은 줄임말을 매년 발명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시대의 영향이다.
우리는 어떤 단어든 덜 힘들고 더 빠르게 쓰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다 보면 말도 글을 닮는다.
스타벅스는 스벅이 됐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이 됐다. 생일 파티는 생파가 됐다.
버스 정류장은 버정이 됐다. 오늘은 백화점에 가야 할 일이 있다. 롯백에 갈까 현백에 갈까 고민 중이다.
모든 말은 줄임말이 될 것이다. 언어는 사용자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진화한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의미를 전달하는 줄임말이나 축약어를 쓰게 된다.
한국에 이런 단어가 유독 많은 이유는 다들 성질이 급해서다.
성질 급한 민족은 시간 걸리는 건 뭐든 줄여야 직성이 풀린다. 나도 성질이 급하다.
마지막 문단은 앞으로 10년 후쯤 공식적으로 사용될 줄임말로 후딱 쓰고 끝내야겠다.
솔직히 줄임말 남발 사바사다. 다만 우리는 빨빨 민족이라 줄임말은 점점 늘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줄임말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 어쩔티비. 게다가 그걸 현실에서 쓰면 안습이다.
어차피 이생망이니 오늘은 고터 신백 가서 아쇼 하고 스벅 아아로 수충이나 할 생각이다.
올만에 코노에도 가야겠다.
알잘딱깔센하게(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글 마치겠다.
오늘도 많관부! 별다줄이라고?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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